2003년 2월 18일. 꼭 10년 전이다. 대구에 지울 수 없는 큰 슬픔이 일어난 날이다.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참사.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취재 파일을 다시 꺼냈다.
지하 전동차에 수백 명이 갇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의 전 소방차와 구조대원이 중앙로로 집결했다. 사태는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빠졌다. 중앙 119구조대와 경북소방본부에서도 구조대가 급파됐고 경남 마산, 밀양, 양산에서도 소방차가 출동했다. 군, 경찰, 의료, 전기, 가스, 통신 등 재난관련 기관 등 모두 3천200여 명이 화마와 사투를 벌였다.
지상에는 시커먼 연기가 오전 내내 하늘을 뒤덮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지하 전동차가 궁금했다. 그러나 갈 수 없는 곳. 산소통을 멘 소방대원들도 30분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초조하고 안타까운 몇 시간이 흘렀다. 앞 역인 대구역 지하터널로 접근할 생각으로 무작정 대구역으로 향했다.
정전으로 터널은 암흑이었다. 휴대폰 액정화면으로 길을 밝혀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전동차와 지하 3층을 모조리 삼켜버린 화마는 막바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구두 밑창에서 전해오는 열기에 발바닥이 따끔거렸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생지옥이었다. 불타는 전동차를 눈앞에 두고 기자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감을 느꼈다. 본능에 이끌려 발길을 돌렸다. 다시 들어가다 또 돌아서길 몇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돌아서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두려움이 더 컸다.
암흑의 터널 속에서 희미한 랜턴 불빛이 바쁘게 움직였다. 지하 3층에 생존자가 있다는 소식에 터널을 통해 현장에 들어온 구조대원들이었다. 그곳에서 본 소방관들은 정말 용감했다. 생명을 담보로 또 다른 생명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스러져가는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들은 진정 영웅이었다.
참사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 중앙로 일대는 아픈 역사를 뒤로 한 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탈바꿈했다. 공공디자인과 주변에 도심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참사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지하철 안전시설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참사를 계기로 전국의 전동차 내장재는 모두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성으로 교체됐다. 승강장에는 단전 시 길을 안내하는 촉광형 유도타일이 설치됐고 인명구조장비, 비상전화 등 안전시설도 대폭 보강됐다. 특히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역무원과 전동차, 사령실이 동시에 통화하는 다자 간 무선통신시스템(TRS)이 구축돼 사고 시 대응력을 높였다.
하지만, 참사의 아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10주년을 맞았지만, 추모식은 두 군데로 갈라져 열린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희생자 유가족과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부상자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글'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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