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저 국내 증시 최대 걸림돌 부상

엔저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에 미국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2차 엔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 60곳 중 11곳이 올해 말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105엔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았고 모건스탠리, 맥쿼리는 100엔을 예상했다. 작년에 올 엔'달러 환율이 최대 90엔까지 뛸 것으로 예상했던 해외 투자은행들도 최근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에 불을 지핀 것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의 조기 사임이다. 시라카와 총재는 아베 정권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인물이다. 이달 6일 시라카와 총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엔'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94엔을 넘어섰다. 이는 2010년 5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내 전문가들도 엔'달러 환율 예상치 조정에 나섰다. 올 상반기 100엔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엔'달러 환율이 95엔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4월 일본은행 금융통화정책회에서 국채 조기 매입이 결정되면 전망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엔'달러 환율이 100엔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엔'달러 환율의 100엔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주식시장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의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국내 수출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속한 엔화 약세 현상이 잦아들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에 조기 진입할 가능성이 낮아지면 한국 증시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지만 아직 반등 조건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장기적 엔화 약세에 대비해 국내 증시 내부에서 상승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엔저에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인 유틸리티, 통신, 제약, IT 업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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