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모(41) 씨는 '주말부부'다. 대구에 아내와 두 아이가 있고,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학교 동창과 회사 동료들은 "전생에 나라를 3번 구해야 얻는 특권을 누리게 됐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하 씨는 짧은 거리지만 '기러기 아빠' 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기만 했다. 그러다 이제는 외로운 상황을 즐기게 됐다. 자기계발에 매진하기로 한 것, 퇴근 후 서울 소재 한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또 좋아하는 뮤지컬과 재즈 공연도 아무래도 서울에서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남편'아빠'아들'사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 주부 김모(36'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최근 남편과 '주말 즐기는 부부'가 되기로 '협정'을 맺었다. 평소에는 서로 부부로서, 또 부모로서 기본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만큼은 서로 '터치'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것이다. 남편은 잔소리 듣지 않고 홀로 밤낚시를, 김 씨도 평소 떠나고 싶었던 혼자만의 여행을 부담 없이 떠나는 식이다. 주말에 아이는 부부가 교대로 돌보기로 했다. 육아나 가사 분담의 경우 이미 신혼 시절부터 정확히 반으로 나눠 익숙하다.
김 씨는 "부부란 함께 묶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서로의 행복을 보장해야 하는 '동지'다. 그러기 위해 각자 갈구하는 고독을 틈틈이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 살펴본 부부들의 사례는 조금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가 현대 부부들에게 가져다줄 권태로움과 쓸쓸함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담고 있다. 적당한 외로움은 기나긴 삶에 중요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의 저자 한상복 작가는 "외로움은 '비공식적 동기'다. 성공이나 체면과 같은 공식적인 동기보다 삶과 일상 속에 더 큰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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