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독감 예방접종과 감기 즐기기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다. 이 때문에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올해 유행하는 독감은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고 어린이나 노약자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독감 합병증으로 어린이나 노약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매년 9월에서 10월쯤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더욱 필요하다. 필자는 노약자는 아니지만 10년째 접종을 받고 있다. 독감에 한 번 걸리면 오래 고생할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서 모든 감기를 100% 막지는 못한다. 바이러스 종류가 많고 변종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방주사를 맞으면 변종 인플루엔자 독감도 가벼운 감기처럼 쉽게 지나갈 수 있다. 일 중독자인 필자는 독감은 사양하지만 가벼운 감기는 환영한다. 어차피 예방할 수 없는 가벼운 감기라면 오히려 즐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감기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무리해서 면역력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 보는 것도, 편안히 누워 온갖 공상을 하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과 만날 수 있는 것도 감기 덕분이다.

가벼운 감기를 한 번 앓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도 있고, 휴식을 취한 만큼 새로이 달려나갈 의욕도 솟아날 것이다.

하루하루가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감기 몸살을 앓지 않고서야 이렇듯 느긋하고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이 소중한 휴식은 감기 몸살이 베풀어주는 축복인 것이다. 출근도 해야 하고 할 일도 많은데 빨리 나아야지 하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 삶의 현장에서 물러나 잠시 쉬었다 돌아가라는 신호를 감기를 통해 보내오는 것이라고 믿자.

사람의 몸은 제 스스로 위기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훌륭한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딴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더라도 독감처럼 오래 지속되거나 합병증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는 기회로서, 오늘 내게 찾아온 감기를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예방접종은 65세 이상 노약자를 우선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장년이 먼저 접종을 해야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은 나이에 상관없이 꼭 하자. 예방접종으로도 막을 수 없는 가벼운 감기는 즐기도록 하자.

박대환<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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