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오키나와 리포트] 최형우 "나와 방 쓰면 행복"

숙소 배정 '상생'의 원칙…포지션별 묶어 서로 조언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강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선수들. 그들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강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선수들. 그들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일본 오키나와서 실전 담금질에 돌입한 삼성 라이온즈.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경기에 구슬땀을 쏟고 있는 선수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숙소다. 그러나 3연패를 향한 전초기지인 전지훈련지서 숙소는 단지 잠을 자는 곳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숙소는 하루 일과를 더듬어보며 훈련성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방장과 졸(?), 동료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팀워크를 쌓는 또 하나의 연습장이다.

이 때문에 구단은 숙소배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의 삼성 선수들의 숙소배정엔 경쟁과 상생의 원칙이 숨어 있다.

전용 훈련장인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걸어서 40분,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마련된 리잔시파크호텔에 숙소를 마련한 삼성은 이 호텔 7층과 9층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김성래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밴덴헐크, 로드리게스 등 외국인 선수, 강봉규'신명철 등 만 35세 이상 선수들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두 명이 짝을 이뤄 한방을 쓰고 있다.

2인1실의 방배정표엔 큰 원칙이 발견된다. 투수는 투수, 야수는 야수 등 포지션별로 짝을 지어놨다. 이는 서로 다른 훈련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포지션이 같은 선수끼리 한 방을 쓰게 해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멘토-멘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또 같은 포지션의 두 선수를 묶어 경쟁을 유발, 훈련의 성과를 높이려는 심리적인 포석도 깔려 있다.

삼성 김정수 매니저는 "포지션별 분배를 원칙으로 하되 선임자에게 함께 방을 쓸 선수를 지목한다. 하지만 때로는 성격과 스타일 등을 고려해 방을 배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차세대 불펜요원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투수 김기태와 최원제는 배테랑 배영수'윤성환과 각각 방을 쓰고 있다. 한방을 쓰면 친해질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배영수와 윤성환이 이들 두 후배 투수들에게 실제 마운드에서 올랐을 때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챙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다소 게으르다는 평가를 받는 최원제 경우, 팀 내에서 가장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윤성환과 함께 한방에 묵게 해 생활태도에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괌과 오키나와서 같은 룸메이트가 된 배영수와 김기태, 외야수 최형우와 우동균 등은 멘토-멘티 관계의 대표적 사례다. 특히 최형우는 자칭 함께 방을 쓰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자랑해 신인 또는 2군 선수에게 선호의 대상이다. 2002년 입단 동기인 조동찬과 2011년 신인왕을 거머쥔 배영섭이 한때 최고의 룸메이트였다. 우동균은 16일 오키나와 온나손 구장에서 열린 LG와 연습경기서 톱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 5타석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4일 LG전서도 4안타를 몰아치며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포수 채상병과 이지영, 외야수 배영섭과 정형식의 방 배치는 경쟁을 통한 실력향상에 맞춰져 있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가 한방을 쓰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장단점을 습득하고, 또 보이지 않는 경쟁 관계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구단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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