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로당 가위손 봉사' 다사랑미용봉사단체

두피 마사지, 염색에 말동무까지… 장수사진 촬영 등 봉사활동 늘리기로

다사랑미용봉사단체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 머리를 다듬는 가위손 봉사를 하고 있다.
다사랑미용봉사단체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 머리를 다듬는 가위손 봉사를 하고 있다.

"작은 봉사이지만 헤어숍을 하는 주부들이 뭉쳐 머리를 깎아주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

최근 대구 남구 대명5동 경로당. 할아버지와 할머니 10여 명이 방안에 나란히 앉아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어깨에 커트보를 걸친 노인들은 미용인 5명의 가위 소리가 즐거운지 웃음꽃이 만발했다. 어떤 노인은 누구 머리를 더 예쁘게 다듬었는지 보려고 옆 노인의 머리를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미용인들은 머리를 손질하는 내내 노인들의 건강은 어떤지, 생활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묻는 등 다정스럽게 말동무까지 했다. 미용인들은 봉사 2시간 만에 노인들의 머리 커트를 모두 끝내고 방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말끔하게 청소했다.

지난해 8월 결성된 다사랑미용봉사단체(회장 김광희'이하 다사랑)는 매달 한 번씩 경로당 머리 커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헤어숍 운영자와 직원 등 40대 주부 20여 명이 모인 다사랑은 지난해 여름 영남이공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니어 대상 뉴테크헤어숍과정을 수료하며 인연을 맺었다. 김광희 회장이 주축이 돼 미용인의 재능으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취지로 봉사단체를 결성했다.

김 회장은 "재능기부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단순하게 돈이나 물건을 나눠주는 것에 그쳤지만 지금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다 보니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는 재능기부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명5동 경로당과 기로회 경로당 등 2곳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미용인들은 머리 커트를 하고 난 뒤 노인들의 건강을 생각해 두피 마사지도 빼놓지 않는다. 노인 머리 커트가 주를 이루고 염색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파마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다사랑은 재능기부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회원과 함께 메이크업과 머리손질을 맡아 영정사진을 촬영하려 한다. 웨딩숍과 함께 다문화가정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합동결혼식도 계획하고 있다.

"머리 커트 재능기부를 위해 머리카락을 모아주는 커트보도 개발했어요. 봉사를 할 때 커트보를 사용하니 매우 편리해서 좋아요."

머리카락을 모아주는 커트보는 김광희 회장이 개발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머리 커트를 해주다 이리저리 날리는 머리카락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하다 만들었다는 것. 일반 커트보에 받침대를 빙 둘러 머리카락이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반월당 메트로상가에서 출장 헤어 메이크업숍을 운영하는 김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군부대나 요양원 등지를 찾아 이용봉사를 해왔으며 현재 성당2동 자율방범대 활동을 5년 넘게 해오고 있다.

"재능기부는 공존의 미학입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받아서 행복하고 주면서 스스로가 퐁요로워집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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