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13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이어 17일 나머지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 새 정부 조각(組閣)을 마치자 야권이 즉각 발끈했다.
박 당선인 측이 마련해 국회로 넘어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협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해당 부처 장관 후보자를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박 당선인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대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물론 향후 있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보자며 칼을 갈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7일 미래창조과학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 간 협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내각 인선 강행"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부총리제는 아직 신설되지 않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도 현 정부조직법 내에 없는 직제다. 이를 무시한 박 당선인의 내각 인선 발표는 국회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아직 어떤 부처가 신설되고, 역할이 어떻게 나누어질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 인선을 완료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박용진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의 논의와 협의를 무시하고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여야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일방적 국정운영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조직법은 물론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대격돌을 예고하고 나섰다. 박 대변인은 "전문성과 자질뿐 아니라 새 시대에 맞는 도덕적 자격을 가졌는지 엄격히 확인하는 '디테일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향후 있을 여야의 극한 대립을 예고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 간사단 간담회에서 "(정부조직법에 대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참으로 유감"이라면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한 점은 평가하지만 한두 분 외엔 책임 내각의 면모로서는 상당히 부족한 감이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옥상옥(屋上屋)의 국정운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벼락치기 인선으로 몰아치기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충분한 검증기간을 갖고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야당의 기류는 17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위해 회동한 여야의 원내대표, 원내수석 부대표, 정책위의장의 '3+3 협상'에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7일 협상 결렬 후 열흘 만에 만났지만 3시간여 동안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애초 여야가 합의한 18일 본회의에서의 통과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새누리당 한 핵심 관계자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봄눈 녹듯 풀릴 기미였던 야당의 분위기가 17일 마지막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 이후 다시 냉각됐다. 18일 타협안을 갖고 재시도를 하겠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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