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선 재난영화가 대세다. 2009년 쓰나미를 소재로 다루었던 '해운대'는 1천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해 여름 개봉한 '연가시'와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했던 '타워'는 개봉 2주 만에 관객 350만 명을 돌파했다.
뜬금없이 재난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그간 상상으로만 여겼던 환경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가까운 일본에서는 사상 최악의 지진해일이 발생해 파악조차 어려울 만큼의 재산피해와 사상자가 속출했으며, 지금도 재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반구에서는 한파와 폭설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남반구 호주에서는 40℃가 넘는 폭염으로 잇따른 산불이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 성주군도 지난해 9월 태풍 '산바'로 이틀간에 걸쳐 총 300㎜, 최대시우량 70㎜의 폭우가 쏟아져 1천200여 명의 이재민과 940㏊의 농경지 침수로 323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아직까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협 앞에 자연의 준엄한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성주군은 2010년 이후 대표적인 관광지에 취사행위와 쓰레기 투기 근절 등 건전한 행락질서 계도에 나서 시행 3년 만에 이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지금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계곡을 끼고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농촌 들녘을 깨끗하게 만들고 명품참외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Clean 성주 만들기' 운동을 군 최대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성주는 전국 제일의 참외생산지로 지난해 참외농가 총수입 4천억원, 억대 부농 1천 가구의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부자 농촌이 됐다.
성주 8경으로 꼽는 비닐하우스 전경은 오래전부터 부농의 상징으로 랜드마크가 됐지만, 참외가 고소득 작물로 인기를 얻고 생산량도 늘면서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노지에서 푸른 넝쿨에 노란 참외가 탐스럽게 달렸던 들판은 어느새 사계절 하얀 비닐하우스로 덮였다. 볏짚을 엮어 사용했던 보온 거적 대신 부직포를 사용하면서 참외의 대량생산과 함께 그 맛과 품질도 좋아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폐비닐, 폐부직포 등 영농 부산물로 인한 환경오염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한 병폐를 낳고 있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폐부직포가 수십 년째 배수로에 박혀 있고, 들녘 곳곳에 흩어진 폐비닐과 버려진 낙과는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환경 정비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감당치 못할 재앙이 언젠가는 농촌에 들이닥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번 해보자"는 주민들과 사회단체 등 3천200여 명이 참가한 '클린 성주 만들기 범군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읍'면 발대식을 이어 나가면서 군민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환경지도자와 담당공무원제를 도입해 마을별 전수 조사한 클린 맵(Map)과 5천352개소의 정비대상을 선정하고 7대 세부실행계획을 마련했다. 3개월 만에 들녘에서 거둬들인 부직포만 500여t으로. 이는 10여 년간 나온 물량과 맞먹는다.
233개 마을별 2명씩 위촉한 환경지도자는 주민 설득과 정화활동을 담당하는 파수꾼 역할을 자임했다. 마을별 지정된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마을을 방문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장 주변의 정비 상태를 심사해 각종 영농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들녘 환경심사제'를 새롭게 도입했고, 참외작업장 외부 덮개 교체지원과 마을별 공동 '클린 하우스' 설치 등 환경개선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Clean 성주 만들기'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성주군은 이를 계기로 환경정화운동 차원을 넘어 군민 의식개혁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봄이 오는 3월에는 깨끗한 들녘으로 새롭게 변모해 가는 성주를 만나게 될 것이다. 황금빛 고운 참외가 세계적인 명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은 쉼 없이 전개될 것이다.
김항곤/성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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