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달 9일부터 일주일간 설 연휴였다. 이 기간 국외로 나간 중국 관광객은 400만 명을 넘어섰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도 6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 규모가 늘고 있고 이들의 씀씀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이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천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국외에서 850억달러(약 91조원)를 소비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자 미국, 호주, 태국,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는 관련 시설을 확충하는 등 중국 관광객 맞이에 분주하다.
갑자기 늘어난 중국 관광객들로 곤욕을 치르는 곳도 있다. 이달 10일부터 3일간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38만 명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났다. 이들로 말미암아 홍콩 대중교통은 물론 세면도구, 기저귀, 분유 등 생필품 싹쓸이 현상까지 나타나 주민들은 정상적인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급기야 중국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48만5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고 외국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5%로 일본(34.6%) 다음이다. 하지만 해외를 찾은 중국인 중 한국을 선택한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주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제주도에 편중돼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20년이 되면 한국을 찾는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 방문객이 1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높아지는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수준을 볼 때 이들을 잘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들은 중국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부산도 중국의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관광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전남도 현지 마케팅 보좌관 제도를 운용하고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울 것이라 한다. 정부는 관련 정책을 제정하고 전략을 수립할 때 아래와 같은 몇 가지를 참조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중국인은 가난에 찌든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1인당 GDP가 5천달러를 훌쩍 넘었고 외국 여행까지 할 수 있는 인구가 수억 명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고 지역발전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한국을 찾는 이들을 환대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인들은 최초의 해외 여행지로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은 대폭적인 관광 인프라 개선이다. 지역별로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숙박'교통시설, 중국어 안내판, 관광 안내인력 확보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기대를 하고 첫 번째 해외 여행지로 한국을 찾았지만 자국보다도 못한 시설을 접하게 되면 아마도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을 것이며 주변인에게도 한국 방문을 말릴 것이다.
선진국 소프트 파워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국민의 질서, 공공시설 위생, 고급풍의 인테리어, 선진적인 한류 스타일, 합리적인 가격 등은 중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즐기면서 배울 것을 찾는 중국 젊은 세대들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지역별 특징에 맞는 관광상품 개발이 핵심이다. 자금성'만리장성'태산 등 거대한 스케일의 관광자원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웬만한 자연풍경은 큰 감동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지역문화, 민속공연, 독특한 맛의 건강식 음식 등은 중국인 관광객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국과 얽힌 역사적 사연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국인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나아가 한류 스타들의 화려한 공연까지 펼쳐진다면 대다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할 것이며 방문했던 지역을 다시 찾거나 주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해외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인들을 누구보다 먼저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열악한 인프라와 무성의로 중국인 관광객 수용이 한계에 달하면 불만이 쌓이게 되고 결국 커다란 소비자를 다른 국가와 지역에 빼앗겨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김창도/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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