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작품의 가격

작품의 가격은 작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서양화의 경우 대부분 호당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어떤 작가는 작품 크기와는 상관없이 한 작품당 가격이 결정되어 있기도 하고, 이 두 가지를 절충해 결정되기도 한다. 미술작품에 대한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작품이 상품처럼 판매된다는 것에 어색한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여러 가지 일거리를 찾아 민생고를 해결하느라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자기만족으로만 버틸 수 있으며 언제까지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경제적 고충을 견딜 수 있단 말인가?

미술 작품은 작가의 혼을 담은 정신적 산물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 결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리 정신적 산물이라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한다. 그런데 미술시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

다른 공산품처럼 원가를 계산해서 어느 정도의 적절한 이윤을 더하여 정확하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화랑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일부의 작가는 개인초대전 등을 계기로 작품 활동에 따른 지명도, 작품성, 시장의 수요 등 객관적 사실을 고려하여 화랑 측과 협의하여 가격이 조정되기도 한다.

문제는 객관적 잣대로 수량화하기가 어렵다 보니 공급자인 작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주관적 결정이 되기가 쉽다.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란 것이 누가 얼마를 받으니 막연히 나도 이 정도는 받아야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지만 인정하지 않을 근거도 빈약하다. 어쩔 수 없이 작가의 결정을 존중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림 구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는 화랑을 찾아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다.

화랑이 작품 가격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개인 화랑이든 단체 차원에서든 또는 미술관련 단체에서든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일정수준 이상의 작가는 증권사처럼 다양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여 공시하는 방법도 있겠다. 이렇게 작가의 공시된 가격은 실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최종 결정될 수 있다. 나아가 작품은 화랑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작품거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품거래에 대한 화랑의 책임도 커지겠지만 일부 작가의 기형적인 거래가 사라지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합당한 가격 결정으로 작가와 화랑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공생하는 동반자로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윤종<화가 gilimi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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