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 스마트폰, 사줘? 말어?

새 학기를 앞두고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사 주는 부모들은 혹시나 자녀가 게임에 중독되거나 음란사이트 등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을 무조건 통제하기보다는 스마트폰 중독이 되는 원인을 찾아 부모-자녀 간 소통의 고리를 만들고 사회도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배모(41'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요즘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배 씨는 아들에게 일반요금제로 가입한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집에 무선인터넷이 되도록 만들어 놨으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고 싶거든 집에서만 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하지만 지난 설날 시골 고향 집에 내려갔을 때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을 한 아들의 핸드폰 요금이 30만원이나 부과된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배 씨는 "아직 아들이 어려서 스마트폰을 쓰면 요금이 나온다는 사실은 알지만 데이터 요금과 같은 복잡한 체계는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하도록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면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받을까 봐 고민하는 부모도 많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고가이다 보니 스마트폰을 가진 학생들은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19일 지나가던 중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스마트폰을 빼앗은 혐의로 A(17) 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구암동의 한 공원을 지나가던 중학생 B(16) 군 등 2명에게 다가가 성인 주먹만 한 돌로 B군의 머리를 내리쳐 정신을 잃게 한 뒤 시가 97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고가의 스마트폰을 가진 청소년들을 노린 범죄에 노출될까 봐 학부모들은 오히려 사양이 낮은 스마트폰을 사 주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요즘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정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스마트폰을 쓴다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일부 중독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은 책상에 구멍을 뚫어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다음 공책 등으로 가려 선생님들의 눈을 피하기도 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1년에 만 5~49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중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응답자 2천536명 중 11.4%(약 289명)로 성인(6천549명 중 517명, 7.9%)보다 3.5% 포인트 높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사회가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여주 경일대 교수(심리치료학과)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데는 실제 생활에서 친구관계나 가족관계상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같이 사용해 보면서 자녀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지는 않은지 같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IT 전문가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에 청소년들이 유료 애플리케이션 결제나 유해 콘텐츠 접근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 돼 있다"며 "부모들이 이런 부분을 같이 확인하고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고교 교사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통신사나 전자업체에서도 마케팅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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