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권 교체기 장바구니 물가 고삐 풀리나

'배추 1통 5천280원' '양파 1개 880원'. 끝없이 오르는 채소 가격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농협달성유통센터 농산물코너에서 주부들이 채소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인상이 도미노를 이루고 있다. 연초부터 밀가루 가격이 오른 것을 시작으로 김치, 두부, 콩나물, 분유, 과자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재료 값 대부분이 인상됐다. 지난해 정부 규제로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업체들이 정권 말 레임덕을 틈타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공공요금도 올라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기점으로 식품업계에는 가격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가격 인상 신호탄은 주류업계가 쏘아 올렸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참이슬' 가격을 8.19% 인상했고, 롯데주류도 '처음처럼' 등 소주 출고가격을 8.8% 올렸다. 국순당의 '백세주' 가격도 3월 1일 자로 7% 인상될 예정이다.

연초 들어서는 CJ제일제당이 장류 가격을 7.1% 올린 데 이어 이번 달에는 샘표식품이 간장 출고가를 7% 인상했다. 또 대상은 이달 18일 장류와 조미료 등 주요 품목을 평균 8.4% 올렸다. 삼양사는 20일부터 밀가루 전 품목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고, 앞서 CJ제일제당(8.8%), 동아원(8.7%), 대한제분(8.6%) 등 주요 밀가루업체가 가격을 모두 올렸다.

장류, 밀가루 등 식품 원재료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장류 값이 인상되자 김치 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상FnF의 종가집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파는 김치 제품 250여 개 품목 가운데 포기김치 등 50여 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7% 이상 인상했고, 풀무원은 대형마트 등에 김치 가격을 7%가량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동원도 10% 내외로 인상 폭을 정하고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밀가루 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과자, 라면, 빵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과자 가운데 프링글스는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공급하는 감자칩 가격을 이달 25일부터 평균 10%가량 인상한다. 110g짜리 '프링글스 오리지널'은 2천480원에서 2천730원으로 오른다.

정권 교체기에 업체들이 줄지어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에 발맞추느라 인상을 미룬 탓도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는 계산으로 서둘러 가격을 인상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원재료 가격보다도 인상 폭을 높게 잡아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것.

콜라와 제과 등은 원자재 값이 떨어졌는데도 출고가를 인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지난해 3'4분기 원재료인 원액과 당분류의 가격이 각각 3.3%, 4.5% 떨어졌는데도 출고가를 31.5% 올렸고, 펩시콜라 역시 같은 기간 출고가를 7% 올렸다.

제과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4분기 과자류의 주요 원료인 소맥분의 가격은 1.3% 오르는 데 그쳤고 코코아원두의 경우 33.1%나 값이 떨어졌는데도 롯데제과, 해태제과식품, 크라운제과, 오리온, 농심 등 주요 업체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2~25%까지 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율마저 떨어지고 있어 수입 원재료의 가격은 오히려 안정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하는 없다"며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들도 막바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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