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0주기가 불과 이틀 전이었는데…."
"108층짜리 빌딩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 '타워'를 보는 듯했습니다."
20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중구 덕산동 동아쇼핑 주변은 화재 때문에 대피한 동아쇼핑 손님들과 직원들, 일대를 지나가다가 화재 현장을 구경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화재 진압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10년 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화재를 목격한 원성훈(29) 씨는 "갑자기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동아쇼핑 8층 테라스 쪽에서 불길이 크게 치솟고 있어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동아쇼핑 옆 떡전골목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손곤(48) 씨는 "화재 현장이 떡집에서 바로 보여서 계속 지켜보던 중 유리파편이 도로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불이 다른 가게에까지 번지는 것은 아닌지 크게 걱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화재가 난 동아쇼핑 뒤편 떡전골목 진입 도로에는 화재현장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유리파편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화재 발생 4분 만에 소방차 49대와 소방관 119명이 현장에 도착해 화재 진화와 쇼핑객 대피에 나섰고 경찰관 45명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오후 8시까지 소방차 진입을 위해 달구벌대로의 동아쇼핑 앞 2개 차로를 통제하고 계산오거리와 수성교에서 달구벌대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반월당네거리 주변이 극심한 차량 정체에 시달렸다.
화재 현장 주변의 시민들은 이번 화재가 대형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 밖으로 대피한 동아쇼핑 손님들과 직원들은 화재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한 직원은 "친구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 용건이 '너 괜찮으냐? 살아 있느냐?'는 내용들이었다"고 했다.
대피한 손님들과 직원들 중 일부는 대피 도중 개인 소지품을 미처 챙기지 못해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도 백화점 밖엔 가방을 두고 나왔거나 건물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손님 다수가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손님은 "지하주차장에 차를 두고 나왔는데 백화점 직원은 차를 빼도 된다며 들어가라고 하고, 경찰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손님들은 동아쇼핑의 미흡한 상황 대처에 대해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불이 완전히 꺼진 뒤인 오후 7시 30분쯤부터 건물 안에 소지품이나 차량을 둔 일부 손님과 직원들은 경찰과 소방관의 보호하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짐을 찾을 수 있었다.
동아쇼핑의 한 직원은 "불이 났다는 소리에 부랴부랴 대피하는데, 마치 영화 '타워'의 한 장면을 내가 직접 겪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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