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당인 새누리당 사이에 '이상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과 장관 및 청와대 수석 인사 등에서 불거진 박 당선인의 일방통행식 통치 스타일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 반발감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국회를 국정 동반자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던 박 당선인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니냐'는 문제 제기뿐 아니라 최근의 정치 행위가 "국회를 졸(卒)로 보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류는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에서 시작됐다.
국회가 개편안을 처리하기도 전에 박 당선인이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자리도 없는데 사람부터 앉히려다' 나온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가 개편안 처리에 대해 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고, 개편안이 마련되고서도 당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박 당선인 측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새 정부 조각과 청와대 인선에서도 불협화음은 발생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당선인 측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부터 인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 발표부터 나오면서 당의 의견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데 박 당선인이 갑을(甲乙) 관계가 뒤바뀐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의 '나를 따르라'는 식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불만이 커지면서 연착륙을 돕겠다던 민주통합당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국회의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하며 강행한 인사(人事)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 탕평, 지역 안배, 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택시법과 쌍용자동차 문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여당 지도부가 '예스맨'으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박 당선인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5월 원내 대표 경선에서 '비박' 측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2016년 20대 총선은 박 당선인의 영향력이 작을 것이고 집권당의 존재감 형성을 위해서는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5월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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