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아쇼핑, 화재 제대로 안 알렸다…"외부 문자 받고 대피" 손님들 거센 항의 소동

8층 옥외 창고서 발화, 직원·어린이 등 5명 다쳐

20일 오후 대구 중구 덕산동 동아백화점 쇼핑점이 8층 테라스 의류창고에서 불이 나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퇴근길 시민들이 동성로에서 발길을 멈춘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일 오후 대구 중구 덕산동 동아백화점 쇼핑점이 8층 테라스 의류창고에서 불이 나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퇴근길 시민들이 동성로에서 발길을 멈춘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도심 백화점에서 화재가 일어났지만, 안전 불감증과 미숙한 초동대처 탓에 대형참사가 될 뻔했다.

20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중구 덕산동 동아쇼핑 8층 옥외 테라스 의류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1천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17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초기 진화에 나섰던 동아쇼핑 직원 2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었고 같은 층 아동 전문매장 안에 있던 어린이 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백화점 측은 불이 났지만, 손님들에게 화재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 있던 사람이 불이 났다고 알려줘서 대피했다는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불이 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백화점 측은 안전에 둔감한 태도를 보여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불이 나자 동아쇼핑 내부는 대피하는 손님과 직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11층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 200여 명 등 내부에 있던 수백 명의 손님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비상계단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동아쇼핑 직원들과 일부 손님들은 미처 개인 소지품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해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3층에서 쇼핑을 하던 심경자(54'여) 씨는 "불이 났다는 소리에 에스컬레이터로 사람들이 몰렸다"며 "대피하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밀려서 다칠 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쇼핑을 하던 고객들은 동아쇼핑 측이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피시키지도 않았다며 동아쇼핑 직원과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김효정(42'여) 씨는 "10층에서 아들과 놀이공간에서 놀던 중 연기가 올라와 화재가 발생했다는 걸 알았지만, 동아쇼핑 직원 누구도 대피하라고 말하거나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12층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휴대전화로 딸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화재 사실을 알고 헐레벌떡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불이 난 의류창고는 천막으로 만들어놓은 것이어서 불에 취약했다. 특히 창고 안에는 옷가지들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불이 크게 번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1일 오전 현장 정밀감식을 벌였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옥외 테라스에 의류 창고가 있게 된 경위와 백화점 측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동아쇼핑 관계자는 "화재 발생신고를 받고 즉시 대피방송을 내보냈지만, 방송횟수가 몇 차례인지는 모르겠다"면서 "밖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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