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초등생 아이, 등교 거부한채 엄마만 집착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6살 딸을 둔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는 갓 시집 왔을 때는 시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시부모님의 사랑은 늘 다른 형제들만을 향하고 있었고 급기야 우리만 빼고 약간의 재산을 다른 형제들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이에 남편은 한마디의 저항도 하지 못했고 저는 시부모님은 물론 남편에게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결혼생활이 정말로 편치 않았고 불행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이, 시어머니를 쏙 빼닮은 아들을 아기 때부터 소리 지르고 야단치고 때리고 딸아이와 차별을 하며 키우게 되었습니다.

최근, 아들은 저를 무서워하면서도 저와는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고 늘 붙어 지내려 합니다. 심지어는 놀이터에도 엄마와 함께 가려 하고, 집에서도 졸졸 따라다니며 저를 힘들게 합니다. 지금, 아들은 두 달째 등교 거부를 하며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와 붙어 있으려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의 등교 거부에 부모로서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겠습니까? 귀하의 아들은 의미 있는 타자(부모 또는 가족)로부터 심리적으로 버려질 것 같은 '유기불안' 증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독립할 힘이 없는 아이에겐 죽음과도 같은 '극한 상황으로 인지되는 위협적 요소'를 가져다 줍니다.

엄마의 따뜻한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에게 역으로 받는 '어머니의 차가운 냉대적 양육'은 해야 할 일에 쏟아야 하는 '정신 에너지' 투입을 실패하게 합니다. 그 결과, 아이는 주의력이 요구되는 학교 공부와 대인관계에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 나를 떠날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엄마'이지만 그런 엄마마저 포기하는 것은 곧 자신의 존재마저 무너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거친 아이는 엄마와 분리하지 못하고 지나친 '의존'과 '집착'이 되어 어머니와의 '격리'가 어렵게 되지요. 부모는 아이의 '등교 거부'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아이는 '자기의 문제행동'을 통하여 부모에게 간접적인 고통을 주는 '무의식적 보상심리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즉, 문제행동을 통하여 부모에게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관심'이며 '부모의 반성으로 다르게 제공될 양육태도'일 것입니다. 이는 '어린 약자'가 '부모라는 강자'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생존방법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 아이의 이러한 무의식적인 저항에 부모는 즉각 백기를 들고 '건강한 협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왜냐고요? 아이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에 대한 '심리적 원금과 이자'에 대한 상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이가 촉구하는 '이자'는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복리로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뿐입니다.

지금 어머니께서는 냉정한 태도로 아이에게 불안을 주었던 미숙했던 양육에 대해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어머니 스스로 사랑과 따뜻함을 채울 수 있는 '마음 공부'의 기회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에게 고백을 하세요. "아들아, 엄마가 너를 외롭고 힘들게 했구나! 미안하다. 너를 새롭게 사랑하고 따뜻하게 해줄게!"라고 말입니다.

아이에게 엄마에 대한 믿음 회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는 엄마와 안전하게 분리하여 등교라는 기적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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