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대구 남구 봉덕동)
월요일 아침이다. 장에 가려고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시어머니다.
"어미야, 내가 아무래도 병이 났나 보다. 밥맛도 없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아." 시르죽는 목소리에 긴 한숨까지 보탠다. 주말마다 남편과 등산을 가다 보니 시어머니를 뵌 지 한 달이나 되었다. 연이틀 쉬는 날이니 하마 오려나. 동구 밖까지 나와서 서성거렸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찬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서 목을 빼고 있었으니 감기가 들고 당연히 밥맛을 잃을 수밖에. 괜히 속이 상한다. "어머님, 전 오늘 서문시장에 갑니다. 어머님도 장으로 오실래요?"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시어머니께 걱정 한마디 않고 장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요기부터 하려고 식당으로 가자 했더니 시어머니는 돈 쓴다고 굳이 손수레에서 파는 수제비를 먹자고 했다. 당신은 국물만 들고 수제비는 모두 건져 내 그릇에 옮겨준다. 든든하게 잘 먹어야 건강하다면서 며느리 걱정을 앞세우니 미안함이 밀려왔다. 요기하고 반찬거리를 사러 갔다. 가게 주인이 묻지도 않는데 "우리 며느리하고 장에 왔다"며 시어머니는 굽은 허리에 힘을 주며 자랑이다. 시간이 갈수록 아프다던 시어머니는 점점 활기가 넘친다. 단지 시장에 같이 왔을 뿐인데 그렇게 좋아하시다니.
지금은 돈이 없어서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늘 이런 핑계를 내민 내가 부끄럽다. 효도는 그렇게 거창하고 힘든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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