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한때 전국 최고 수준의 '빵의 도시'였다. 1970, 80년대 동성로엔 유명한 빵집이 즐비했다. 그곳은 청소년들의 유일한 '만남의 장소'였다. 이젠 중'장년으로 변한 그때의 중'고교생들은 교복과 교련복 차림으로 빵집을 드나들었다. 세월이 흘렀다. 그 유명한 빵집들은 언제부터인가 스르르 사라졌다. 1990년대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생겨나면서 하나둘씩 먹혀버렸다. 그 틈바구니에서도 아직 '대구 빵'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빵집이 있다. 세대를 이어가는 그 유명한 빵집을 찾아 나섰다.
◆대구의 유명한 빵집들
런던제과, 맘모스, 뉴욕제과, 뉴델제과, 수형당…. 1970, 80년대 이름을 날렸던 대구의 유명한 대형 빵집들이다. 그 당시 대구 최고의 번화가인 동성로에 번듯한 모습으로 서 있던 대형 빵집들의 자태는 화려하고 늠름했다. 청소년들에겐 입안에서 살살 녹는 빵 맛만큼이나 멋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대구 빵집의 역사도 변화했다. 한결같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나 이젠 이름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추억의 빵집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대구는 서울에 이어 전국 최고 규모의 빵 고장이었다. 1950, 60년대는 고려당, 삼미, 수형당, 삼송, 뉴욕제과, 뉴델제과, 런던제과, 맘모스 등 이름만 들어도 풍미가 느껴지는 제과점들이 즐비했을 정도였다. 그 당시 대구의 빵집들은 지역 백화점의 매출액을 능가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구지역의 제과업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쇠락했다. 대구 빵을 지켜온 몇몇 원로들만 '대구 빵'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미' '삼송' '송영사' 3인방 시대
1950, 60년대 대구의 빵집은 '삼미' '삼송' '송영사'가 '대구의 3인방'으로 불리며 대구 빵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중부경찰서 근처에 '덕인당'과 '일성당' '동양당'이 문을 열었다. 종로초등학교 근처에는 '풍곡당', 동성로 미도방 맞은편의 '풍년당', 현재의 통신골목에는 '연이당'이 있었다. 대구역 앞 대우센터 뒤편의 '구일제과점', 학원서림 옆 '맘모스' 등 걸출한 빵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 당시 대구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7개 제과점 주인들이 모여 '7인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일본의 선진 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연수까지 다녀오는 등 대단한 사업 능력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70년대에 '뉴욕제과' '뉴델제과' '런던제과' 등 걸출한 대형 제과점을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면서 또 한 번 대구 제빵업계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동성로 중심가에 화려하게 자리 잡았던 '런던제과점'은 빵과 과자류의 인기는 물론 빙설 맛으로 유명했다. '뉴욕제과'는 샐러드 빵, '뉴델제과'는 버터케이크와 롤케이크로 각각 빵 맛의 전문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후세대 3인방 빵집은 1980년대에 들어와 약속이나 한 듯이 경영난을 겪으며 한꺼번에 문을 닫게 되는 사태를 맞았다. 때마침 이때 '공주당'과 '스텔라' 빵집이 자연스럽게 등장, 1980년대까지 대구의 빵집을 이끌었다.
◆공장 빵의 원조 '수형당'
대구의 첫 공장 빵은 '수형당'과 '삼미제과'에서 시작했다. 수형당 진병수 사장은 광복 직후 중구 문화동에 '수형당' 빵집을 창업했다. 8'15 광복 직전 옛 경북학원 자리에 '삼미제과'를 개점한 최팔용 사장과 고려당 하경봉 사장, 구일제과 박태준 사장 등과는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때 북성로에 있던 미나카이 백화점 옆에 있는 '이마사카(今阪) 제과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다. 수형당 진 사장은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한 인물이다. 한국전쟁 직후 대구로 내려온 육군본부와 2군사령부 등 군부대에 식빵과 단팥빵, 건빵 등을 납품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빵 사업에 성공하면서 건설과 전자산업 등으로 진출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육군본부가 서울로 올라갈 때 따라가 삼각지로터리 인근에 서울공장을 건축, 최고급 식빵 공급 업체로 발돋움했다. 서구 평리동에도 대규모의 수형당 제3공장을 건축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영남의 빵'이란 대명사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수형당은 1980년대 초 소리 소문 없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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