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어느 대통령의 것일까.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화제다.
한국우표평가 심의위원인 허진옥 씨는 1대부터 역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에 실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장 비싼 우표는 1948년 발행된 1대 이승만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예요. 당시 5만 장밖에 발행하지 않은 데다 오래됐기 때문이죠. 한 장에 65만원 정도 합니다. 이승만 대통령 부부는 우표 수집이 취미였기 때문에 우표에 들어갈 사진 역시 본인이 직접 골랐어요. 역대 대통령 기념우표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우표는 이승만'노태우 대통령 취임우표예요." 희소성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에는 대통령의 성격, 그리고 당시 정치적 상황이 모두 녹아 있다. 2대 대통령 취임 우표는 1952년 발행과 동시에 대거 외국에 수출했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국내 가격이 폭등했지만, 외국에서 인기가 없자 다시 반품돼 인기 없는 우표로 전락하고 말았다. 4대 윤보선 대통령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일하게 얼굴 없이 '새 정부 수립기념'이라는 문구로 우표를 제작했다.
5대부터 9대 대통령까지 역임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갈수록 우표 발행량을 늘려 갔다. 5대 때는 청와대를 크게 넣고 얼굴은 작게 처리한 반면 6대부터 얼굴 사진이 커지고 봉황, 고속도로 등이 우표에 등장한다. 유신헌법을 선포한 1972년에는 우표 크기가 두 배로 커지기도 했다. 독재의 그림자도 반영된 탓일까?
11대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 기념우표에 특이하게도 발행일자가 없다. 전두환 대통령은 12대 취임식 때 우표를 1천100만 장이나 발행했다.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우표를 만들지 않으려 하다가 국내외 수집가들의 요구로 300만 장만 발행했다. 발행량이 적어 지금까지 인기 있는 우표로 꼽힌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얼굴과 우표 크기가 너무 커져 디자인적으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과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통일의 이미지를, 17대 이명박 현 대통령은 세계지도와 노트북을 등장시켜 글로벌 코리아를 강조했다.
25일 발행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218만 장 발행될 예정이다. 육영수 여사의 추모우표가 발행된 적이 있어,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딸의 얼굴이 모두 우표에 나온 독특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발행량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우표 사용량이 감소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허 씨는 "이번 우표는 양이 적어 우체국에 일찍 나가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우표가 발행되면 우체국에서 일주일간 기념도장이 찍히는데, 취임우표에 기념도장이 함께 찍히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 시즌이 되면 우표를 찾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우표를 찾는 사람이 유난히 많네요. 발행량도 많았는데 말이죠." 50, 60대 중장년층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우표도 인기 품목이다.
한때 '우표 수집'은 국민적인 취미였지만 이젠 우표수집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에선 최근 5년간 우표 가격이 급등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종종 우리나라에 우표를 구입하러 오기도 한다. 50년 이상 우표를 모아온 허 씨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우표 수집의 인기가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작은 우표 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우표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의 많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죠."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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