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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조성중기 최고의 경세가이자 실천적 지성…『율곡 이이(李珥) 평전』

율곡 이이(李珥) 평전/한영우 지음/민음사 펴냄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퇴계가 나오면 이내 율곡이 등장한다. 얼마 전 한국국학진흥원 김병일 원장이 '퇴계처럼'이라는 서적을 펴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내 한영우 이화학술원장이 '율곡 이이(李珥) 평전'을 펴냈다. 지폐에도 나란히 1천원권, 5천원권의 표지 모델(?)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그렇고 후세에 비치는 이미지도 학문적 재상-실용적 재상으로서 대조되는 면까지, 모두가 비교 대상이다.

퇴계는 잠시 뒤로하고, 이번에는 율곡에 관한 서적을 소개한다. 이 책은 조선 중기, 창업의 기백과 활기를 잃고, 쇠락의 길로 들어선 조선을 다시 일으키려 개혁을 부르짖은 율곡의 생애와 사상을 담고 있다.

우리 학계는 그동안 율곡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대체로 율곡의 이기론이나 사회개혁, 교육사상 등 한 면모만을 조명했다. 이에 조선시대 연구에 매진해 온 원로 국사학자인 한영우 교수가 통합적 접근의 역사학 장점을 살려 율곡의 삶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관통해 보여주려 이 책을 펴낸 것이다.

저자는 율곡의 천재적 면모보다는 조선 사회 안에 도사린 병증을 고치고자 끊임없이 고뇌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시대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부딪친 정치가이자 참교육의 실천자인 율곡에 대한 극찬은 이어진다. '나아가서는 왕의 결단을 촉구하여 혁신에 앞장서고, 물러나서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제자들을 교육시켜 위기의 조선을 깨우친 선각자.'

3번에 걸쳐 왕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는 언론이 자유로운 오늘의 시각으로 볼 때도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다. "오늘날의 인심과 세도가 이 지경이 된 것을 보면 전하의 정치와 교화가 훌륭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분발하여 성인이 되시려는 뜻이 없으셨기 때문에 여러 신하들이 모두 그럴 것으로 보고는 정심(正心), 성의(誠意)에 대한 말을 듣기 싫은 진부한 말이라고 합니다."(110p)

율곡의 이런 충언이지만 도발적인 발언에 선조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율곡을 내치지도 않았다. 당시 선조는 율곡의 마음과 학문을 존경하면서도 그가 주장하는 정책의 부작용을 염려했다. 율곡(1536~1584)은 퇴계(1501~1570)보다 짧은 삶을 살았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기지 못한 49세에 생을 마감했다. 율곡의 강직함은 선조에게 큰 부담이 됐다. 임금에게 실망한 율곡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런 율곡의 진면목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라. 372쪽. 2만3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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