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신대륙과 '아메리카'…아메리고 베스푸치

사람들은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본다. 중세까지 유럽사람들의 두뇌는 프롤레마이오스의 지도에 의해 형성된 세계관에 지배돼 있었다. 이 지도에는 대륙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곳뿐이었다. 1492년 콜럼버스는 유럽인 최초로 신대륙을 상륙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지도에 관념이 묶여 있었다. 그에게 그 땅은 인도의 서쪽 어느 지역이어야 했다. 죽을 때까지 그는 신대륙 발견 사실을 몰랐다.

콜럼버스와 몇 차례 항해에 동행한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달랐다. 인도라고 치부하기에는 기후, 군락, 사람들, 문화 등 많은 것이 다른 땅이었다. 숙고 끝에 그는 "우리가 도착한 새로운 땅은 대륙으로 인정된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이 같은 결론을 항해보고서와 팸플릿에 남겼다. 이 문건을 본 독일의 지리학자 발트제뮐러는 베스푸치를 신대륙 발견자라고 착각했다. 발트제뮐러는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 신대륙을 '아메리카'라고 부르자고 제창했다. 뒤늦게 그는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려고 했지만, 아메리카라는 용어가 대세가 된 뒤였다. 자신의 이름이 신대륙 이름으로 차용될 줄 꿈에도 몰랐던 베스푸치는 1512년 오늘, 스페인 세비야에서 말라리아로 세상을 떴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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