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선수는 투수 심창민이다. 정현욱의 이탈과 권오준의 공백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질식불펜'의 명성을 이어갈 기대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류중일 감독의 입에서 "올해는 심창민이 잘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성장은 올 시즌 삼성에겐 무척이나 필요한 상황이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으나 한 해를 통째로 어깨 재활훈련에 매진하느라 지난해에야 비로소 처음 1군 마운드를 밟게 된 심창민은 "실전 경기에서 공 하나하나를 던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됐다. 마운드서 자신감을 가지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담한 승부근성과 시속 140㎞대 중반의 움직임이 심한 직구를 앞세워 깜짝 활약(37경기 2승2패2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1.83)을 펼쳤지만 아직 삼성 코치진에게 심창민은 좀 더 가다듬어야 할 원석이다.
김태한 투수코치는 "지난해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지만, 올해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불펜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주자라는) 동기부여가 주어졌으니 스스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지난해 부족했던 것을 메우려는 노력과 체력, 마운드에서의 경기운용 등 심리적인 부분까지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펜 공백 때문에 심창민에게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필승조의 일원임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심창민은 "지난해에는 갑자기 컨트롤이 흔들리며 위기상황을 만들고, 기복이 심해 안정적이지 못했다. 캠프서 많은 밸런스 훈련으로 제구력을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주위의 기대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나이지만 심창민은 씩씩하다. 1993년생인 심창민은 사실상 선수단의 막내 격이지만 위엄스런 코치들에게 애교(?)를 부려가며 전지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고 있다.
"시선이 모이고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선수로서는 더없는 영광입니다. 코치님들이 말하는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익히고 갈고닦아 올 시즌 마운드서 보여주겠습니다."
심창민은 이번 전지훈련캠프서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140㎞대 중후반의 직구가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타자와의 승부서 변화구 구사능력이야말로 중요한 무기라는 것을 지난해 실전경험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일 강한 상대로 실전연습을 해보라는 코치진의 의도 속에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 등판한 심창민은 1이닝 동안 몸에 맞는 볼 한 개를 내줬지만 삼진 한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막았고 직구 최고 구속을 145㎞까지 보여주며 그동안의 훈련 성과를 과시했다. 몸에 맞는 볼은 왼손타자를 상대로 커브를 시험하다 몸이 너무 돌아가는 바람에 내줬지만 밸런스는 괜찮다는 평을 받았다.
심창민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를 실험하려 했는데, 첫 실전이라서 긴장한 탓에 스스로에게는 70점밖에 주지 못하겠다. 남은 전지훈련 기간 나머지 30점을 완성해 올 시즌엔 두 자릿수 홀드를 거둬 질식불펜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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