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열고 난방'영업 여전하다…상가 업주들 "반짝 이벤트"

2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낮기온이 8℃로 두꺼운 외투 한 겹이면 추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난방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통신골목 상점은 난방기를 가동하면서 비닐막이나 에어 커튼도 없이 출입문을 열어두고 영업하는 곳이 30%가 넘었다.

휴대폰 가게 종업원 이모(21) 씨는 "가게 출입문이 한 번 닫으면 쉽게 열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단속 첫날 받은 경고장이 무서워 단속반이 나오는 시간에만 문을 닫는다"며 "단속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에너지 절약은커녕 매상만 줄었다"고 했다.

대구시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개문(開門) 난방 금지 등 에너지 사용 제한 단속을 벌였지만 과태료 부과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에너지 사용 제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개문'과다난방, 네온사인 가동이 숙지지 않아 '반짝 이벤트'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녹색에너지과에 따르면 단속 마지막 날인 22일 현재 8개 구'군이 에너지 사용 제한 위반 업소를 단속한 결과, 경고장을 받은 업소는 86곳(개문난방 12곳, 에너지 다소비건물 실내온도 유지 위반 3곳, 피크시간대 네온사인 가동 71곳)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2차 이상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소는 한 곳도 없다.

상점이 밀집한 대구 중구청은 매일 단속을 벌였지만 경고장 17건 발부에 그쳤다. 중구청 경제과 관계자는 "경고장을 받은 업주들은 과태료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단속 지침을 따르기 때문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달랐다. 기자가 방문한 상점 가운데 4곳은 개문난방으로 경고장을 받았지만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문을 열어놓은 채 천장 난방기와 난로를 틀어놓고 있었다. 옷가게 종업원 채모(24'여) 씨는 "구청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문 닫으세요' 라는 말만 했지 과태료를 매기진 않았다"고 했다.

네온사인 단속을 앞둔 오후 3시쯤. 대낮임에도 여러 개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노래방'주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서는 단속시간을 오후 5~7시로 정하고 있어 이 시간을 피해 네온사인을 켜놓더라도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겉도는 단속에 대해 업주들은 단속의 형평성과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38) 씨는 "단속을 한다며 12월쯤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로 지나가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그 때문에 문 열어놓고 난방을 하면서도 마음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배금선(56'여) 씨는 "단속을 한다고 해서 비닐을 달았다. 그런데 다른 가게는 버젓이 문을 연 채 영업하고 있어도 경고장조차 받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는 지난해 냉방에 이어 첫해인 만큼 무작정 과태료를 매기기보다 계도를 우선한 것이 사실"이라며 "세부적인 단속 지침이나 효율성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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