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리스트'.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두 사나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가는 이야기다. 병원을 박차고 나온 그들은 그동안 꿈꾸었던 스카이다이빙과 카레이싱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등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영화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이 임박해서, 혹은 건강을 잃고 나서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진작 하지 않은 사실에 후회하고, 그것들이 너무나 쉽고 간단한 일이라는데 또 한 번 절망한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살면서 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라고 주문한다. 실행하라고 외친다.
◆노는 것도 계획이 필요하다
1985년 미국 프린스턴대 고등과학연구소는 한 가지 실험에 착수했다. 코넬대 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하고 싶은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내도록 했다. 그리고 15년 후, 연구팀은 학생들의 삶을 추적했다. 그 결과 삶의 목표를 진지하게 적어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집단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나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불성실하게 답변한 사람들은 순탄치 못한 삶을 산 경우가 더 많았다.
목표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실험이다. 은퇴 후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면 내 생애 꼭 하고 싶은 일을 담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 것을 권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목표를 정하면 내 앞에 놓인 30년 이상의 세월을 알차게 보낼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작성하는 버킷리스트. 그 안에는 당연히 '해서 즐거운 일'들로 가득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일 하고 재미있는 일들로 채워야 한다.
김학수 한국노후생애전문가협회 강사는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행에 옮길 때는 "바빠서 못했던 일,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일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리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고 조언한다.
◆나이는 그냥 숫자다
'이 나이에 무슨 꿈을'이라며 뭉개고 있다면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80세의 할머니 패션모델이 있는가 하면 70대 중반의 할아버지 보디빌더도 있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 역시 유배생활 도중인 60세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고교 영어교사에서 보디빌더가 된 서병갑(75) 씨. 그는 1995년 어느 날 대구에서 열린 전국보디빌딩대회를 본 후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60대에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한 이후 12년 동안 40여 차례 수상했다. 그는 건강전도사를 자처하며 자원봉사활동으로 활기찬 노후를 즐기고 있다.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상남(65) 씨. 그는 공공기관에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어릴 적 그의 꿈은 문화유적을 소개하고 남에게 설명하는 일이었다. 그가 자랐던 곳은 신라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경주였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는 시간 나면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녔다. 정년퇴직 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 전통문화지도사과정도 수료했다. 대구박물관의 각종 강좌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다.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문화유산해설사로 나서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는 유적지에 놀러 온 대학생을 상대로 설명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은 지역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 꿈을 현실로 옮긴 경우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자
"직장인들은 달리면서 생각한다, 그러나 은퇴하고부터는 생각한 후에 달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정해놓은 목표에 나를 맞추어 과속으로 쉴 새 없이 달렸지만, 이제는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내가 정한 속도로 달려가야 한다. 생각한 후 느리게 걷는 단계다."
'나는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의 저자 김형래는 말한다. 은퇴 후에는 내 마음의 목소리에 따라 목표를 정하고 그런 다음 출발하라고 권한다. 은퇴 후 자칫 무료함이 두려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낼 수 있음에 대한 경고다. 허비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김성회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은퇴 후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50대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은퇴는 사회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실의 시기일 수도 있지만 나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꿈을 실행으로 옮길 때에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시작하면 도망가지 말며 실패의 연속이어도 기죽지 말기를 당부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목표를 정할 때는 구체적인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실행일까지 적는 것이 실천 동기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좋다. 어른이 되어 포기해버린, 오랫동안 가슴속에서 발효된 꿈들을 하나씩 꺼내보자. 은퇴 후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불씨들이다. 한번 시작해보자.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그림: 화가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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