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어른들만 와서 보라고 합니다. 친구가 그러는데 한 톱 여배우가 드디어 벗었고! 유혈이 낭자하는 살벌한 블록버스터급 액션도 펼쳐진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려서 볼 수 없데요. 빨간 '19금(禁)' 딱지가 붙었기 때문이죠. 애들은 접근 불가!
문제는 요즘 영화'드라마'쇼프로'노래'책'게임 등 19금 대중문화 콘텐츠가 참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의 선택 폭은 줄어들었다는 거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19금' 딱지를 붙이면 어른들도 많이 끌지만 호기심 왕성한 우리도 결국 몰래 보게 된다는 거. 이제 '19금' 딱지는 19세 이상이든 미만이든 모두를 유혹하는 '흥행코드'가 된 게 아닐까요?
◆19금, 열람 제한 기준에서 흥행코드로?
'19금'. 풀어 말하면 '19세 미만 열람 금지'다.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열람 제한 기준으로 적용된다. 영화'비디오'TV방송 등 영상물이 대표적이고, 음반(음원)'게임 등도 포함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비디오'음반(음원)'게임 등 콘텐츠에 대해 음란성'폭력성 등을 기준으로 등급 심사를 거쳐 열람 가능 연령을 정한다.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 4개 등급이 있다. TV방송은 방송위원회가 등급을 매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같은 연령 기준에 7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러한 열람 제한 기준의 바탕은 청소년보호법이다. 법에서 청소년 연령기준을 해당 연도 19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금이 이제 더는 법적 용어인 것만은 아니다. 네이버의 지식인 오픈 국어사전에 따르면 요즘 19금은 이렇게 정의된다. '19세 미만 청소년의 열람을 자제하라는 뜻이었으나 점차 야한 콘텐츠임을 강조하는 뜻으로 바뀌었음.'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30)은 "인터넷 동영상 자료실에서 야한 동영상을 검색할 때 '야한'이라고 입력하는 것보다 '19금'이라고 입력하면 더 많은 자료가 뜬다. 게시물 제목 앞머리에 모두 19금이라고 적어놨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모컨을 돌려라! 19금 예능 대세
최근 19금이 뜨고 있는 곳으로 방송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기존 지상파 채널 체제에 수백 개의 케이블 채널이 추가됐고, 최근 종편 채널까지 가세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위해 자극적인 19금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전체적인 스트레스가 높아졌고,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폭력'섹스 등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19금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공급과 수요의 이유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이전에는 일부 드라마에나 야한 장면이 들어가 시청자의 눈을 집중시키던 것이 요즘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19금 요소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케이블 채널들이 19금 예능으로 득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N 'SNL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19금 코미디쇼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침없는 사회 풍자와 패러디는 물론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야한 장면과 욕설 등을 가미해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19금 입담 및 콩트로 정평이 난 방송인 신동엽이 핵심 멤버로 합류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히 했다. 시즌1 방송까지만 해도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받았던 SNL코리아는 시즌2부터 계속 19세 미만 시청 불가 등급을 받고 있다.
올해도 19금 예능프로그램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MBC '세 바퀴'에서 하차한 방송인 이경실은 이달 19일부터 케이블 채널 KBSW '여고식당' 진행자로 나서고 있다. 부부생활'고부갈등부터 쉽게 말하기 어려웠던 수위 높은 성(性)적 고민까지 여성 관련 문제를 토크로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이경실만의 화끈하고 재치 넘치는 입담을 살린다는 설명이다. 15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QTV '강예빈의 불나방'은 출연자들이 열애설을 고백하고, 낯 뜨거운 스킨십 관련 경험담을 털어놓는 등 첫 방송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관객 그러모으는 19금 영화
영화판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전까지는 19금 등급을 받을 만한 영화의 수위를 15세 이상이나 전체 관람가로 조정하는 움직임이 적잖았다. 그래야 동원 가능한 관객 수가 일단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등 제작진의 의지대로 19금 등급을 받고, 오히려 19금 등급이 흥행코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화 '황해'(2010년)의 나홍진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500만 관객을 모은 전작 '추격자'(2008)에 이어 처음부터 19금 등급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실 국내에서 제작된 19금 영화 중 흥행한 예가 적잖다. 역대 1위는 '친구'(800만 명'2001), 2위는 '아저씨'(617만 명'2010), 3위는 '타짜'(568만 명'2006)다. 466만 관객을 모은 '도가니'(2011)는 실제 사건이 배경인 청각장애아 대상 성폭력'학대 등에 대한 극 중 묘사가 너무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19금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이는 한편으로는 관객들의 마음을 자극해 관련 법 제정을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 여파를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19금 영화는 관객 점유율이 2011년 24.6%에서 지난해 39.8%로 의미 있는 상승폭을 보이는 등 제작 편수와 관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재미난 현상도 있다. 전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원작을 19금으로 재해석한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이몽룡에 대한 성춘향의 정절을 그린 '춘향전'은 춘향을 탐하는 방자의 이야기를 그린 '방자전'(2010)으로 각색돼 300만 관객을 모았다. 올해 개봉한 외국 영화 '헨젤과 그레텔'도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최초의 19금 영화다.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이러한 시도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동화 등 기존 콘텐츠를 성인 버전으로 각색한 영화가 무수히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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