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자식 잃은 두 사람 이야기

2년 전 1월 어느 날, 40대 중반의 여성 불자 한 분이 저를 보자고 했습니다. 그는 평소와 달리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년에는 중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교복을 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거기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는 그에게 이야기를 더 해보라고 했습니다. "우리 큰아들이 살아 있었으면 올해 고등학교에 갈 나이인데 여섯 살 때 갑작스런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었고, 목이 메오는지 금세 목소리까지 변하고 있었습니다. 터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느라고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기가 딱해 시선을 딴 데로 돌렸지만, 눈물은 금세 전염되는 법이어서 저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사고 보상금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온 식구가 먹고사는데, 늘 그 애 생각이 납니다. 그 아이에게는 뭘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으니, 대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몇 명에게 교복을 해 주고 싶습니다. 제가 200만원을 내놓을 테니 스님이 그 일을 추진해 줄 수 없겠습니까?"

자식 잃은 어머니의 소망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그렇게 하자고 응낙했습니다. 그해 가을, 인근의 3곳 초등학교에 연락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가 몇 명인지 알아봤습니다. 34명. 때마침 동네 부녀회에서 그 중 10명에게 동복을 해준다고 했고, 우리 절에서 24명의 동복과 34명의 하복을 준비했습니다.

비용은 총 706만원. 그 가운데 500만원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어느 불자님'이 내는 장학금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교복 지원 사업이 올해는 60명의 학생에게 동'하복을 지원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저를 찾아왔던 그 여성 불자가 말했습니다.

"아이를 잃고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가슴에 항상 묵직한 응어리가 있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이 언제나 따라다녔습니다. 교복을 해주고 매월 장학금을 조금씩 내면서부터 조금씩 나아져 이젠 화병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젠 살 것 같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어느 불자님'도 말했습니다.

"자살한 아이로 인해 언제나 슬프고 우울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데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복지 시설에 후원금을 보내면서부터 우울증과 죄책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기부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고 많이 권합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두 사람의 상처는 이렇게 치유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법칙에 따라서.

앞산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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