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4일 일어난 천안문 사건의 주역으로 두 차례의 투옥 끝에 중국 정부의 국외 추방 조치로 미국과 대만 등을 전전한 왕단(王丹)이 이야기하는 중국 현대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사를 엮은 책이다. 대만에서는 베스트셀러이지만 중국에서는 금서다. 대만 칭화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왕단의 강좌는 칭화대 학생들의 평가에서 최고로 평가받았다.
왕단은 1969년 베이징 태생이다. 1987년 베이징대학교 국제정치학부에 입학, 역사학부로 전과했다. 재학 기간 신문'잡지를 편집했고 학원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989년에 '89 민주화 운동'을 조직하는 데 참여했고 단식 발기인 중 한 사람이었으며, 6'4 천안문 사건 이후 당국이 발표한 학생 수배자 명단 제일 앞에 오른 인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체포된 후 4년 형을 살았고 석방 뒤 다시 정부전복음모죄로 11년형을 받았으나 국제적인 압력에 1998년 국외로 추방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후보에도 세 차례 이름을 올렸다. 미국 민주재단 인권상, 민주교육재단 '걸출한 민주인사상', '만인걸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그 뒤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해서 동아시아학과에서 석사, 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만 칭화대 객원 조교수, 잡지 '공공 지식분자'(公共知識分子) 발행인 등을 맡으며 중국의 민주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저자는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만년 중국의 역사보다는 60년간의 중국 현대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은 전통적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현재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대 중국의 뿌리인 공산당 60년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세계 최강의 대국이며 바로 우리 이웃인 중국!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동반자이자 경쟁자! 그 위치만큼이나 우리가 중국을 이해해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역사인 중화인민공화국사를 모른다면 지금의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현대 중국에 대한 연구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G2의 등장, 중국의 초강대국 등극, 대국굴기 등을 떠올리며 호들갑만 떨었지 냉정한 접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접하게 된 왕단의 중국 현대사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중국 공산당의 정치사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비판하며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왕단은 외부에서 알지 못했던 사건과 역사적 사실들을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의 관변 사학에서 말하지 않거나 말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은폐하고 왜곡한 중국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들이다. 이 책이 시종 중국 공산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긍정과 찬탄 그리고 경외 일변도인 중국에 대한 평가에 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왕단은 이를 통해 일관되게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 마오쩌둥은 물론이고 마오와는 다르다고 평가받는 덩샤오핑,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은 저우언라이, 문화대혁명 시기의 박해와 실각으로 동정적 평가를 받는 류사오치도 그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왕단은 오직 1980년대에 정치 개혁에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한 후야오방과 자오쯔양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책에서 왕단은 강의를 전제한 탓인지, 중국 현대사를 가늠할 15강의를 선정하고 이를 인물 중심의 소설적 서술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를 살아가는 한 개인'이라는 서사체적 재미가 쏠쏠하다. 구성도 매우 입체적이다. 이른바 역사적 사건을 적확한 묘사와 적절한 인용, 수많은 일화들을 통해 드러낸다. 저자의 방대한 자료조사와 내공도 곳곳에서 번득인다.
왕단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인간화, 개인화, 생활화를 더 강화한 역사 서술 방식을 택했다고 뚜렷이 밝히고 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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