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집과 신념

흔히 최(崔)씨는 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 고집과 관련한 속담도 여러 개 있을 정도다. '최씨 앉은 자리엔 풀도 안 난다' '살아있는 김가 셋이 죽은 최가 하나 못 당한다.'… 역사적으로도 지조와 결심을 끝까지 지킨 최씨들이 많았다. 반골 기질이 강했던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 청렴한 군인의 상징인 고려의 최영 장군, 몽골에 결사항전한 최씨 무신 정권, 일본군이 주는 음식을 거부하고 굶어 죽은 의병장 최익현 등을 보면 최씨 고집이 세기는 센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주위의 최씨를 보면 고집과는 거리가 먼 분들도 많은데, 세인들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괜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요즘 들어서는 최씨보다 강(姜)씨나 안(安)씨의 고집이 더 세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고집(固執)이란 단어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주의'주장을 굳건하게 지키고 실천할 때는 아주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 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할 때는 아집으로 비치기 쉽기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경상도식 표현으로는 '똥고집 센 사람'이라고 한다. 똥고집은 '옹고집'의 잘못된 표현이긴 하지만, 훨씬 정감이 가는 말이기에 그대로 쓴다.

비슷한 의미로 신념(信念)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자신이 가진 견해'사상에 대해 흔들림 없는 태도를 취하며 변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흔히 인간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위인들에 대해 '굳건한 신념의 소유자'였다고 표현한다. 신념과 고집의 쓰임새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신념이 고집보다는 한 단계 위의 개념인 것처럼 느껴진다. 신념은 고집에 비해 강도 면이나 철학적'내향적인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

정치인일 경우 신념과 고집의 경계에 서 있을 때가 많다. 당리당략이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할 때는 고집이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의 복리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는 신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신념인지, 고집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주위와 충분하게 상의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로펌 등에서 잘 먹고 잘살던 인사를 데려다 장관'비서관을 시키려고 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일단 원칙을 정하면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좀 걱정스럽다. 그런 모습이 고집으로 비칠 게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신념이 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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