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폐수 버리는 기업, 눈감은 지자체

대기업 계열사 등 162개 기업이 발암 또는 신경 독성 물질 등 유독 성분이 든 폐수를 허가나 신고 없이 내보내다 최근 환경 당국에 적발됐다. 환경부가 하루 폐수 배출량 2천㎥가 넘는 대형 사업장 318곳을 대상으로 '특정 수질 유해 물질' 관리 실태를 점검해 보니 이 중 절반이 넘는 162개 기업이 벤젠'비소 등 발암물질과 페놀'시안과 같은 유독 물질이 든 폐수를 무단 배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업체의 경우 길게는 수십 년간 이런 폐수를 무단 배출해 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폐수 배출 업체는 모두 4만 7천여 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배출량이 많은 업체 300여 곳만 조사해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전수조사 시 적발될 업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겉으로는 환경보호를 외치면서도 뒷문으로 여전히 유독 물질이 든 폐수를 마구 버리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 중 지역 업체로는 대구 4곳, 경북 3곳이 포함돼 있다. 낙동강 페놀 사태 등으로 수질오염에 특히 민감한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대구경북 소재 기업들이 아직도 유독 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함부로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지자체들의 미지근한 사후 행정처분이다. 현행법상 벤젠 등 모두 25종을 특정 수질 유해 물질로 정해 특별 관리하는데 이를 어기다 적발될 경우 검찰 고발이나 지자체가 공장 폐쇄, 사용 중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위반 업체들에 대해 가볍게 처벌하거나 아예 눈감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법과 처벌이 겉돈다면 환경법은 허수아비와 뭐가 다른가.

무엇보다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심지어 지자체가 앞장서서 쉬쉬하며 묵인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지자체들이 관내 기업이라는 이유로 대충 넘어가는 것은 유해 물질 무단 배출을 조장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환경을 더럽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온정에 얽매이지 말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국민 시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제재하거나 행정처분을 않고 미적댄다면 국민의 반발과 저항을 살 수밖에 없다. 누구도 함부로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찬물을 끼얹는 이 같은 일이 더 이상 없도록 기업과 지자체는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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