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상학의 시와 함께] 아기처럼 울다

# 아기처럼 울다 -김난주(1965~)

말도, 글도 모르는 아기는

울음으로 속마음을 알린다

말과 글을 배운 후로 사람들은

우는 일 때때로 잊고 산다

쌓여만 가는 삶의 무게

넘칠 듯 차오르는 그리움이거나

때론 분노, 희열, 슬픔, 증오

드러낼 더 이상의 것을 찾지 못했을 때

비로소 울음을 기억해 낸다

실컷 울고 싶어지는 날 있다

어떤 말과 글도 위로가 되질 못할 때

내 안의 모든 것 다 받아줄 것 같은

바다에 가서 아기처럼 운다

송두리째 나를 던진다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밝고 뜨겁게 살기 위해 아기가 된다

-계간 (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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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는 대체로 8세 전후 해서 완성된다고 한다. 울고 웃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정서 형성 이후의 삶은 사회성이 개입한다. 좋다 싫다, 맞다 아니다, 이거다 저거다, 내 것 네 것 하다 보면 호불호가 생겨나고 분별심이 자리 잡는다. 욕망과 동행하면서 일어나는 문제다. 대체로 삶은 이런 것들을 심화 불변 고착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눈물과 울음도 마찬가지다. 뒤틀리고 억압된 상태로 나타난다. 순수하던 때의 자연발생적 짠맛과 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살면서 때로 정서 형성기나 어머니의 자궁, 더 나아가 대자연의 섭리 속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시도 그런 날 중 어느 하루에 쓴 것이리라. 가장 순수했던 날들의 기억을 불러내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끝까지 손잡고 가야 하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정서적 자아를 든다. 삶이 지나치다 싶을 때, 옥죄어 올 때 정서적 자아를 불러내어 대화를 나누어 보라. 이 시처럼 같이 울어도 좋다. 좀은 삶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안상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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