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사는 직장인 손기웅(가명'46) 씨는 10개월 전부터 가끔씩 오른쪽 사타구니 부위가 뻐근한 느낌을 받았다. 엉덩이 쪽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술자리가 잦아지다 보니 그저 몸에 무리가 와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두어 달 전부터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기가 힘들어졌고, 심한 날에는 다리를 절기도 했다. 그래도 손 씨는 '며칠 약만 먹으면 낫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손 씨는 낯선 병명을 진단받고 깜짝 놀랐다. 엉덩이뼈와 다리뼈를 연결하는 부위인 대퇴골두의 뼈 조직이 썩어들어가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손 씨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치료 방법이었다. 병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기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
◆수술의 90%는 엉덩이와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손상된 관절을 없애고 새로운 물질로 관절을 만드는 수술법이다. 인공관절이 들어가는 부위는 엉덩이, 무릎, 어깨, 발목,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 인체의 중요한 거의 모든 관절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수술이 많이 이뤄지는 것은 무릎과 엉덩이 부위다. 전체 인공관절 치환술 중에서 이들 두 관절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아예 관절을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 엉덩이와 무릎 부위에 유난히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아울러 엉덩이와 무릎 관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깨나 팔꿈치 관절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조금 덜 쓰고 조심할 수 있지만 온몸을 떠받드는 엉덩이와 무릎은 그럴 수가 없다. 옴짝달싹 않고 가만히 누워지내지 않는 이상 엉덩이와 무릎을 쓰지 않을 수 없고, 몸무게가 짓누르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해진다.
엉덩이관절(고관절)은 엉덩이뼈(골반뼈)의 좌우에 있는 비구(움푹 들어간 부분)에 대퇴골의 머리부분이 쏙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들 부위가 심하게 닳거나, 특정 질병 때문에 썩어버리거나, 외부 충격 탓에 부서진 경우 원래 있던 관절 부위를 잘라낸 뒤 인공관절을 집어넣는 수술을 하게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으로 비구나 대퇴골 머리부분의 손상이 심하다면 수술 대상이 된다. 인공관절을 집어넣으면 통증도 줄어들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조금씩 늘어난다. 수술 후 한동안 따끔하거나 둔한 통증이 오기도 한다. 수술 때문에 오는 통증일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근육이 약해져서 이런 증상이 생긴다. 대개 몇 달 정도 통증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조금씩 운동을 하다 보면 차츰 나아진다.
◆관리에 따라 수명 달라져
엉덩이관절의 손상이 심하면 일단 수술 대상이 된다. 하지만 병이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관절에 문제가 있더라도 심한 통증이 없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가만히 있을 때도 아프고,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으며 잠도 못 자는 경우, 관절을 움직이는 범위가 크게 줄어든 경우에만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관절은 영구적이지 않다. 최근 관절에 쓰이는 소재가 발달하면서 수명이 길어졌지만 가능한 한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인공관절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2가지다.
수술을 정확하게 잘하는 것과 수술을 받은 뒤 환자가 얼마나 잘 관리하고 보호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격한 운동이나 등산,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 산책 등은 권할 만한 운동이다.
나이가 많은 환자의 경우, 감염 등 합병증만 생기지 않는다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 무릎관절에 비해 젊은 환자 비율이 비교적 높은 엉덩이관절의 경우, 젊은 환자라도 최근엔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조명래 교수는 "외국의 경우 엉덩이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꿨을 때 30년 생존율이 7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수명이 10~15년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최근 들어 수술 기법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무분별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100명 중 한 명꼴 합병증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바닥에 양반 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때문에 인공관절의 수명이 더 짧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신소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인공관절이 등장하면서 수명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인공관절을 집어넣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감염이 생기거나 관절이 닳아버리기도 하고, 제 위치를 벗어나 빠지기도 한다. 아울러 수술 후에도 계속 통증이 남을 수 있다.
감염은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수술 환자 1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한다. 만약 감염이 생긴다면 인공관절을 제거한 뒤 항생제 등을 통해 감염을 조절한 뒤에 다시 관절을 집어넣는 수술이 필요하고, 장기간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인공관절이 닳아버리는 것도 재질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수술 후 관절을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정확한 위치에 관절이 자리 잡으면 이런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조명래 교수는 "인공관절은 마지막 단계의 수술이며, 여러 가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을 받은 뒤에도 관절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생활의 제약도 많이 따른다"며 "인공관절 수술은 심한 통증 때문에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에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조명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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