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아빠! 어디 가

#요즘 '아빠! 어디 가?'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24일 방영분 시청률이 13.1%로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1회 시청률 7%에서 두 달 사이에 2배 가까운 시청률로 성장한 것이다. 동 시간대 터줏대감 격인 예능 프로그램들을 바짝 따라붙었다고 한다. '아빠! 어디 가?'는 연예인 아버지와 그 어린 자녀들의 리얼한 여행기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자연스런 스킨십이다.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간 스타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천진난만한 밀고 당기기가 매주 벌어진다. 지난 주말에는 강원도 영월에 간 모습이 방영됐다. 끝말잇기를 하며 태연히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아이, 아빠 때문에 눈길에 미끄러졌다며 삐친 아이의 뾰로통한 모습에서 빙긋이 웃음이 절로 난다. 나도 저렇겠지.

# 자녀를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려면 필요한 세 가지를 아시는지. '할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 되겠다. 마음 놓고 사교육을 시키려면 든든한 재산이 있어야 하니까 할아버지의 재력이 큰 도움이 되리란 것은 당연하다. 어느 학원, 어느 강사가 잘나가는지, 복잡한 대학 입시 제도 아래서 어떻게 대입 전략을 짜야 하는지, 어머니의 발 빠른 정보력이 도움이 될 법하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무관심이란 뭔가. 돈만 벌어주면 되지, 아이 교육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는 게 돕는 거란 뜻일진대 이 땅의 아버지로서 한편 화가 나면서 서글프다. 그들은 언제부터 아이 교육에 없느니만 못한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걸까. 나도 저럴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자녀 양육과 성장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버지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을 가봐도, 대입 설명회를 가봐도 어머니들 사이에 앉아 열심히 경청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예전보다 흔히 볼 수 있다. '아버지학교'라는 것도 많이 생겼다. 아버지학교에서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모처럼 쉬는 주말까지 그래야 하나 싶지만, 의외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연극'뮤지컬'음악회를 가는 젊은 아버지들이 많다. 아직도 주말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아버지가 있다면 여간 간 큰 아버지가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도처에 있다. 구'군마다 설치된 공공도서관이 대표적일 텐데,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http://parent.dge.go.kr)라는 곳을 추천해 본다. 이곳에선 평일 오전의 '학부모 대학', 매주 월요일 오후의 '아버지대학', 출산을 앞둔 부부에게 자녀 양육 정보를 제공하는 '예비 부모 교실' 등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도 인기라고 한다. 한 직장에서 20명 이상만 신청하면 어디든 강사를 파견해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토요 학부모교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할 거리를 찾아다니다 보면 부모의 안테나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마음속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이가 '아빠 어디 가?'라고 묻기 전에 '같이 가자'고 먼저 얘기할 수 있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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