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근·콩·양파… 수입 농산물 몰려 온다

국내산 가격 급등 수입 늘려‥절반 이하 싼값에 불티

국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통업체에는 호주산 당근 등 수입산 농산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국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통업체에는 호주산 당근 등 수입산 농산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정부와 유통업체들이 수입 농산물을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잦은 태풍과 때 이른 한파로 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격히 오른데다 수요까지 부족해 수입 농산물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이마트에는 이달 중순부터 '호주산 당근'이 등장했다. 겨울철 당근 주산지인 제주지역의 작황 부진으로 당근 값이 지난해 대비 3배가량 오른 것이 주원인이다.

대구지역 당근(무세척'1㎏) 소매가격은 25일 기준 7천33원으로 1년 전 2천603원에 비해 2.7배가량 올랐다. 이마트 만촌점은 제주산 흙 당근을 100g당 830원, 호주산 세척 당근 3개를 1천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g당 가격을 비교해 보면 호주산이 제주산에 비해 4분의 1 정도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손도 호주산으로 향한다. 이마트 만촌점에 따르면 호주산 당근을 판매한 이후 국내산보다 호주산이 3배가량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이번에 판매하는 당근은 호주 태즈메이니아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세척한 당근을 3개씩 담은 봉지 포장으로 상품화했다. 이마트는 당근 수입을 위해 구매담당자를 지난해 10월부터 호주 등 해외로 보내 국산 당근과 가장 유사한 품종을 구해 15일부터 120t을 들여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매출액 자체는 국내산이 높지만, 판매량은 호주산이 훨씬 많은데 호주의 경우 청정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들이 반감도 훨씬 덜 하다"며 "국산 당근은 개당 3천원이 넘어서다 보니 무게를 달아 가격을 보고 다시 호주산을 장바구니에 넣는 고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호주산 당근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연간 500t 안팎으로 소량 수입되다 2008년부터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 이마트 판매로 호주산 당근은 5년 만에 국내 시장에 재등장한 것이다.

양파는 정부가 앞장서 중국산을 들여왔다. 대구지역 양파 소매가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었다. 25일 ㎏ 당 양파 가격은 2천8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75원보다 2.2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가뭄으로 인해 양파 수확량은 20% 이상 줄어 5월까지는 가격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 3월 양파 수급 안정을 위해 중국산 양파 3천500t을 수입해 유통업체에 공급했다.

콩의 경우 호주산으로 만든 유기농 두부가 출시돼 국산 유기농 두부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열흘 만에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을 위해 정부와 유통업체가 수입 농산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있지만, 작황 부진에 시달리는 농민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연합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생산량이 적은데 수입 농산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면 농민들의 수익보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농산물 수입 규모는 지난 2005년 7조원에서 2011년 20조원 규모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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