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협곡처럼 변한 낙동강변 둔치…"여름 호우땐 피해 우려"

낙동강 사업 유량 늘자, 깎이고 쓸려 침식현상

25일 대구시 달성군 달성보 하류 국도변 낙동강 둔치가 4대강 공사 후 침식현상이 지속돼 협곡처럼 변해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im21@msnet.co.kr
25일 대구시 달성군 달성보 하류 국도변 낙동강 둔치가 4대강 공사 후 침식현상이 지속돼 협곡처럼 변해가고 있다. 김태형기자 thim21@msnet.co.kr

22일 오후 3시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남리 낙동강과 지류인 용호천의 합류부. 달성보에서 동쪽 하류 방향으로 2㎞가량 떨어진 이곳 둔치 일부가 강물에 유실돼 1~2m 높이의 가파른 경사를 드러냈다. 여러 차례 침식된 둔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단처럼 층계를 이루고 있었다. 침식으로 드러난 둔치 사면의 보드라운 흙은 강바람에도 바스라졌다. 용호천을 가로지르는 5번 국도 교량인 사촌교 아래 석벽은 어른 주먹 굵기만 한 금이 5m가량 이어져 있었다. 2011년 옹벽과 석축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사석과 돌망태로 보강공사를 했지만 몇몇 돌은 물살에 쓸려 어지럽게 강바닥에 놓여 있었다.

낙동강사업 이후 보(洑) 주변 둔치가 곳곳에서 깎여 유실되는 등 낙동강사업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단체와 일부 토목학계 등은 이 같은 침식현상이 강 준설과 보 설치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량이 늘어나고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으며, 침식된 둔치에 대한 보강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름철 집중호우 때 도로 등 주변 시설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동강과 용호천 합류 지점에서 400여m 하류 쪽 둔치의 침식은 더 심각했다. 달성보에서 흘러온 강물이 직행하다 우측으로 방향을 트는 이곳은 5번 국도와 불과 10~30m 떨어진 부분까지 침식이 진행된 상태였다. 달성보가 완공되기 전인 2011년 6월 이곳의 항공사진을 보면 5번 국도와 낙동강 사이에는 폭 50~80m의 둔치가 있었다. 달성보가 들어선 뒤 폭 10~50m가량의 둔치 흙과 모래가 길이 1㎞가량 강물에 쓸려간 것이다. 깎이고 허물어진 둔치의 단면 높이는 3~5m에 이르렀고, 심한 곳은 둔치 옆면이 'ㄷ'자 모양으로 깎여 발을 디디면 이내 흙이 부서져 아래로 내려앉았다. 높아진 수심으로 인해 둔치의 흙은 물기를 흥건히 머금고 있었다. 강변을 걸으니 바닥이 내려앉으며 발등까지 이내 파묻혔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둔치에서 침식이 발생한 원인을 준설과 보 건설 때문이라며 보강공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바닥을 준설한 뒤 강의 평균 수심이 깊어지고 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유량이 늘어나고 물살이 세졌다"며 "둔치의 흙이 보 설치 이전보다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면서 지반이 약해져 침식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춘 부산국토관리청 하천공사2과장은 "강변 둔치 부분이 깎여 줄거나 다시 퇴적돼 늘거나 하는 것은 매년 변하는 유량과 유속으로 인해 강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관찰과 점검을 통해 계속 침식이 발생한다면 주변 시설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해 경사면에 돌망태나 콘크리트 불록 등 보호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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