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이색적인 동물 관찰실험을 한다.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회색 기러기들이 처음 본 대상인 자기를 보고 마치 어미 기러기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본능적인 행동을 발견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본 수염 난 과학자를 제 어미라고 '각인'(imprinting)해 버린 것. 이날 발견은 비교행동학이라는 다소 낯선 학문의 시초가 된다.
로렌츠는 '동물심리학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비교행동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직접 찾아가서 연구하면서 동물행동에서 본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당대 학계에는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동물의 행동은 학습된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로렌츠는 이러한 학문적 풍토를 거부하고 자연 상태에서 동물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학문을 창시하게 되었다. 평생을 동물들과 함께해온 그는 1973년 프리슈, 틴버겐과 함께 동물행동 연구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솔로몬의 반지' '인간, 개를 만나다' 등 수많은 에세이를 남기며 과학계뿐만 아니라 20세기의 지성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1989년 오늘 고향 알텐베르크에서 그가 세상을 떠난 날, 그의 집 위로 같이 생활한 회색 기러기들이 꺼이꺼이 울며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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