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호강 버드나무 벌목 생태계 괜찮을까

대구시 "홍수때 범람 원인"…묘목에 둔치까지 초토화, 환경단체 비판

이달 25일 대구 동구 금호강 숙천교 인근 하천 퇴적지에서 중장비까지 동원돼 버드나무 벌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이달 25일 대구 동구 금호강 숙천교 인근 하천 퇴적지에서 중장비까지 동원돼 버드나무 벌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근 대구시에서 금호강 주변의 농경지 침수를 막기 위해 벌이는 버드나무 벌목이 금호강의 생태와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실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4월 말까지 금호강 숙천교~화랑교 11㎞ 구간에 있는 버드나무 1만여 그루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버드나무를 제거하는 이유로 여름만 되면 버드나무 가지에 걸린 하천의 쓰레기 때문에 금호강의 수심이 높아져 주변의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 피해를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는 구간 내에 있는 버드나무 중 강의 중간에 있어서 여름에 물에 잠겨 쓰레기가 많이 걸리고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큰 나무들 위주로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6일 현장을 방문한 결과 강 중간에 있는 버드나무뿐만 아니라 해당 구간에 있는 모든 버드나무가 베어져 나간 상태였다. 대구 동구 동호동 안심교 주변과 대구선 철도교 주변의 상'하류 방면 200m 안팎에 있는 버드나무는 큰 나무뿐만 아니라 지름이 10㎝가 채 안 되는 어린나무들까지 모두 잘려 있었다. 대구시가 밝혔던 물에 잠긴 버드나무뿐만 아니라 이 구간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하중도에 있는 버드나무들까지 모조리 다 잘려 강가에 쌓여 있었다. 버드나무가 잘려나가면서 안심교와 대구선 철도교 주변은 나무 한 그루 없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구간으로 산책을 나온 박진옥(46'여'대구 동구 동호동) 씨는 "봄이 되면 이곳의 버드나무가 멋있는 경치를 만들어줬는데 이처럼 다 잘려나가니 너무 삭막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환경 전문가들은 금호강의 버드나무 벌목이 금호강 주변의 농경지 침수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지금처럼 버드나무를 베어낸다면 금호강 주변에 조성된 자연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을 둘러본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하천 쓰레기 때문에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이라면 버드나무에 걸린 쓰레기를 치우거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세우는 것이 먼저이지 버드나무를 베어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금호강 일대 버드나무 숲은 야생동물의 서식지인데 대구시의 벌목은 서식지를 초토화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버드나무를 베어내더라도 물길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만 솎아내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은 무분별한 벌목에 지나지 않는다"며 "하중도 부분이나 강변의 버드나무까지 베어버리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환경 훼손을 최대한 줄이고 벌목하는 나무의 숫자도 최소한으로 만들도록 조치했으며, 안심습지와 팔현마을 주변의 경우는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설정해 베어내는 나무가 최소한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남은 구간도 환경 파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자문한 뒤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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