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아산병원 요양병원 전환 "응급실 어떡해"

5월부터 외래진료 축소…주민 "급한 수술 어디서" 정몽준 이사장에 호

영덕아산병원이 오는 5월부터 노인환자가 많은 지역 특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장기입원이 가능한 요양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자, 영덕 주민들이 외래진료 축소와 응급실 폐쇄 등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덕아산병원에 따르면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면 기존 100병상은 80병상 수준으로 줄지만, 환자 1명당 이용공간과 내부 편의시설 등은 크게 개선된다. 외래진료는 현행과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응급실은 의료진 미확보로 폐쇄될 전망이다. 병원 측은 노인환자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급성기병원(외래진료)과 요양시설(장기입원)의 장점을 한데 묶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요양병원 전환에 따라 외래진료가 축소되고,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의료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최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영덕아산병원을 지켜달라'는 취지의 호소문을 발송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영덕군 이장협의회 남진호 회장은 "노인 특성상 응급을 요하는 진료가 많은데, 병원이 수익성만 내세워 요양병원으로 전환한다면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게 된다"며 진료 기능 및 응급실 현행 유지를 요구했다.

병원 측은 "급성기병원 특성상 환자가 오래 머물게 되면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1, 2주 치료 후 퇴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장기입원이 필요한 노인환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입원실 가동률이 절반도 안 된다"며 "이를 개선할 방안으로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됐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외래진료 공백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 폐쇄의 경우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 아니라 오는 4월 제대를 앞둔 공중보건의의 대체인력을 찾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실에는 당직의사 2명과 간호사 5명 등 7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영덕아산병원은 의료진 확보가 어려워 규정보다 1명(간호사)이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아산병원은 기업의 사회환원을 목적으로 지어진 만큼 아산재단에서 순환근무 형태로 영덕에 의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군에서도 응급실 폐쇄를 막기 위해 공중보건의 확대 배치 요구와 함께 타 병원에 응급실 신설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의 반응이 신통찮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영덕아산병원은 1974년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기업의 사회환원과 취약지역 의료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영덕 최대 규모 병원으로, 현재 55명의 의료진이 내과'신경외과'가정의학과'피부과'영상의학과'응급의학과 등 분야에서 진료하고 있다. 영덕'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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