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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애 못 키우는 시대] <1>산후조리원 비용, 합리적인가

식사 서비스 같은데 "싱글→퀸 침대땐 50만원 더 내라"

"우리 아기는 어딨지?" 산후조리원은 산모의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해 수유 시간 등을 제외하고 엄마와 아기를 따로 지내게 한다. 27일 대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가 신생아실을 쳐다보며 자신의 아이를 찾고 있다. woo@msnet.co.kr

요즘은 '돈 없으면 애 못 키우는' 시대라고 한다. 출산부터 초기 육아 준비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면 맞벌이 가정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젊은 부모들의 푸념이다.

매일신문 기획취재팀은 산후조리원, 아기 사진 촬영과 돌잔치 준비 등 최근 '필수 육아 세트'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현 시대의 출산'육아 비용을 추적하고 가격 거품을 공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알뜰하게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는 부모들을 통해 실속있는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자 한다.

산후조리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출산 문화다. 가정에서 주로 이뤄졌던 '산후 몸조리'가 이제는 산후조리원에서 집단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산후조리원 숫자는 모두 510곳이며, 대구에만 24곳이 운영 중이다.

◆"산후조리원, 어쩔 수 없이 갑니다"

결혼 3년차인 주부 고은영(가명'30'경남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 씨. 지난해 3월 첫 아이 출산 때 대구의 산후조리원을 찾았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산후조리원 대신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친정과 가깝기 때문. 여동생도 동시에 임신하는 바람에 대구에 사는 친정 엄마가 돌봐줄 수 없게 되자 친정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남들 다 가는데 나만 안 가면 손해 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2주에 170만원. 업체 측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지만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산후조리원 생활은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하루 3차례 누군가 산모 밥을 챙겨주고, 아기를 돌봐준다는 것이 서비스의 전부였다. 산모 건강을 위한 영양식이라고 해도 병원 식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병원에 며칠간 입원했거든요. 간식 몇 가지가 추가되는 것만 빼면 병원식이나 산후조리원 식사나 거의 같았어요. 요가와 부모 되기 강의 등 프로그램도 무의미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수유 시간이나 산모 식사 시간이랑 겹치는 날이 많아서 프로그램을 챙겨 듣기도 힘들었습니다."

고 씨는 산후조리원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일반 병원에 입원해 간호사의 돌봄을 받아도 하루에 10만원. 산후조리원에서 독립된 방과 식사만 제공받는데 2주 기준으로 170만원이라면 하루 평균 13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병원 입원비보다 산후조리원 이용료가 더 비싸다는 말이잖아요. 첫애니까 육아 정보가 없어서 배우고 싶었는데 나중에 친정에 가서 엄마한테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나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간호사는 "목욕을 하다가 실수로 그랬다"며 정중하게 사과했지만 아이 얼굴에 피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다. 그는 "CCTV가 있어도 아이들이 자는 침대만 촬영하지 목욕 장면 등 다른 곳은 보이지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가 상처를 입었는데 산후조리원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고 씨는 2주를 예약했지만 결국 일주일 만에 집으로 왔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나머지 금액에서 10%를 빼고 돈을 돌려줬다.

◆가격, 도대체 얼마?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의료시설이 아니다. 자유업종이기 때문에 의료법이 아닌 모자보건법의 적용을 받는다. 의료 관련 면허가 없어도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온라인 사이버 강의를 이수한 뒤 시험을 통과하면 쉽게 산후조리원을 개설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후조리원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6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모두 510곳. 대구에는 현재 24곳이 영업 중이다. 이 같은 수치는 산후조리원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전국 294곳, 대구 15곳이었던 것에 비해 60~7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취재진은 대구 지역 산후조리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13박 14일 기준으로 가격 정보를 얻었다. 이 중 최저가(산후조리원 측이 제시한 가장 싼 가격)를 기준으로 서로 비교해 봤더니 가장 저렴한 곳은 130만원, 가장 비싼 곳은 220만원에 이르렀다. 최고가를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비싼 곳은 2주간 이용료가 300만원으로 하루 이용료로 환산하자 23만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처럼 턱없이 높은 이용료 책정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것. 제공되는 식사와 서비스는 같지만 미세한 방 크기, 침대 사이즈나 창문 위치 등에 따라 가격이 최대 5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A산후조리원은 일반실에는 싱글 침대, 특실에는 퀸 사이즈 침대가 있다는 이유로 50만원 차이가 났다. B산후조리원은 창문 방향에 따라 가격이 나뉘어 북향은 210만원, 동'남향은 230만원이었다. C산후조리원은 가구가 원목이냐 아니냐에 따라 1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병원과 연계된 산후조리원의 경우, 다른 병원에서 분만하면 예약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10% 추가 요금을 받기도 한다. 대구 산후조리원 24곳 중 16곳이 병원과 연결된 조리원이다. 달서구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서 출산하는 산모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월 출산을 앞둔 이모(28'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씨는 "병원 진료는 집 가까이, 산후조리원은 친정 가까이에 예약하고 싶어도 이러한 규정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별 요금, 왜 공개 안 하나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산모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산후조리원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이 더 싸졌을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면세 이후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인상된 산후조리원이 전체 508개소 중 277개소로 54.4%를 차지했다.

가격이 인하된 산후조리원은 35.6%(181개소)에 불과했다. 부가가치세 면세 효과가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고 업체들 배를 불리기에 고스란히 돌아간 것.

서비스별 이용 금액이 책정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대구의 24곳 산후조리원 중에서 방 이용료, 식사비, 프로그램비 등을 따로 구분해 이용료를 알려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해 3월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임모(28'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산후조리원 예약 전에는 '건강한 성생활' '요가' '수유하기' 등 프로그램이 무료 서비스인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용료를 결제하고 나자 영수증에 조리원 이용료 총액 170만원만 찍혀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 공개를 의무화해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한국산후조리업협회와 협의해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를 비롯한 다른 대도시에서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서울시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도 업체와 자발적으로 협력해 가격을 공개한 사례"라며 "앞으로 산후조리원 일반실 기준 이용 요금, 대표자 자격 소지 여부 등 정보를 업체 개별 홈페이지나 출입구 앞에 게시하도록 올해 상반기 중으로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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