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국회 경제정책 포럼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방점은 성장세 회복 지원에 둔 것이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가 안정과 통화가치 유지'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이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성장률의 제고 또는 적정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은 한국은행법 어디에도 없다. 중앙은행의 임무를 이렇게 한정한 것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한통속이 될 경우 빚어질 역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국민의 지지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통화량이 늘어나야 한다. 경제의 덩치는 커지는데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 나아가서는 거품을 초래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릅쓰고라도 성장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협조한다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은 필연적이다. 중앙은행을 독립시킨 이유는 바로 이런 사태를 사전에 막으라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3,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속 1%대에 머물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이 성장세 회복을 지원(통화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한은의 부차적 임무일 뿐이다. 한은 총재가 명시적으로 통화 신용 정책의 목표라고 꼭 짚어 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는 조금 과장해 말하면 한은 스스로 중앙은행임을 포기하고 개발연대의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되돌아가겠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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