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밥공기만한 돌덩이 하나
들어있다.
그 돌덩이 밤낮없이
가슴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녔다.
헤집을수록 쓰리고 아프고
온 가슴 검붉게 멍이 들고
너무 아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 지나면
아픔에도 굳은살 박히는가 보다.
가슴팍도 이제는 돌처럼 굳어서
웬만큼 부딪쳐도 쓰리지 않다.
그동안 하도 아프고 아파서
이젠 그 돌덩이도 마침내
아픈 가슴 일부가 되었다.
가슴속에
밥공기만한 돌덩이 하나
들어있다.
-시집 『세느 강 시대』(월간문학출판부, 2005)
시를 사물화한다면 아픔을 덜어내는 숟가락도 괜찮은 목록 중 하나일 것이다. 가슴 속에 있는 아픔을 한 숟갈 한 숟갈 덜어내다 보면 아픔의 밥공기는 차츰 비워질 터이다. 아픔을 떠내어 원고지에 떠먹이다 보면 끝내는 원고지가 배부른 아이처럼 살포시 웃음을 지어 보이겠지. 한 잔 술도 좋고, 한 소리 지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평화적으로 해소하면 제법 품위 유지도 된다.
보시다시피 이 숟가락은 힘이 세서 '밥공기만 한 돌덩이'도 쉽게 떠낼 수 있다. 시의 효용 중 하나다. 보라, 가슴을 짓이기던 돌덩이가 어느새 종이 위에 이렇게, 버젓이 나뒹굴고 있지 않은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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