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양대 중심축은 복지와 미래이다. 미래창조부에 대한 무게 비중이 다른 어떤 정부 조직보다 더 크고 무겁다. 과학에서도 IT산업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다. 일단 과학이 미래 국부 창출의 핵심적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오직 미래의 과학을 선점하는 국가만이 세계경제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과학에 우선하는 것이 인문학이요 문화예술이라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그 과학을 발전시키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이를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과학은 무용한 것이 될 것이다. 과학을 위한 과학은 인간을 과학의 노예로 만드는 과학 만능의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시적 영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는 자연의 법칙을 창안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사에서 과학의 발전은 시적 영감이나 통찰이 없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다는 것이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도 인간의 상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인간의 꿈이 없었더라면 이태백의 시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하는 과학적 성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학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 없다면 그 과학은 무용한 것이다. 과학을 발전시키는 것도 인간이요 그것을 향유하는 것도 인간이다. 다시 말하면 미래 창조가 진정한 의미에서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대한 배려와 예술적 창조를 중요한 가치 개념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에 대한 인문학자의 억지 하소연이 아니다.
인문학적 측면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판타지 산업이다. 판타지 문화라고 할 수도 있는 이는 물론 디지털 코드의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문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산업에서 우선 거론할 수 있는 것이 영화 산업이다. 최근 한국 영화는 관객 1천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이제 몇백만 정도는 예사롭다. 다시 말하면 판타지 산업이야말로 새로운 국부 창출의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시작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처음 소설로 출판되고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 독자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해리 포터의 저자 로안 롤링은 일 년에 전 세계에서 거두어 들이는 인세 수입만 1조7천억원이라고 한다. 그것을 순수익으로 본다면 한국의 한 자동차 회사와 맞먹는 순수익을 창출하는 셈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 또한 이와 유사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공장 없는 산업이 바로 판타지 산업이며 그 미래는 무궁하다.
'다빈치 코드'로 정통 기독교에 도전하여 세계적인 흥행작을 만든 댄 브라운은 현재 '단테 코드'를 집필 중이며 이 또한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리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료와 지식을 동원하여 최고의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창작하는 소설이 문화 산업의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화 산업은 국부 창출에 있어서나 미래 성장 산업에 있어서나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으며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한국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미래 창조에 있어서의 과학의 강조가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중의 하나로 판타지 산업도 심도 있게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중예술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이룬 케이 팝이나 싸이의 성공이 우연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그들 나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전 세계인이 호응한 것이다. 미래 창조의 키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확실한 투자와 그 바탕이 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제고되어야 할 시점이다. 세계를 무대로 삼아 세계인에 통하는 판타지 문학과 예술이 한국인에 의해 문화 산업으로 창출될 때 한국은 확실한 문화적 선진국이 될 것이며 그 성과 또한 지속적으로 국부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최동호/시인·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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