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검찰청이 성도착증 성폭력 피의자에게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명령을 청구함에 따라 또다시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 속칭 화학적 거세는 약물로 성충동을 억제해 성폭력 등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시행된 뒤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 명령이 내려졌다.
화학적 거세는 수술로 아예 고환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와는 다르다. 루프론이나 졸라덱스 등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시킨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 등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이 적잖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위헌 소지, 부작용, 인권 침해, 국가 예산 논란 등을 이유로 한 반대 여론이 만만찮은 것.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전립선암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서 부작용 우려가 큰데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투약 되는 만큼 인권 침해 여지도 있다.
이달 8일엔 대전지방법원이 검찰의 성폭력범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명령 청구와 관련해 '(화학적 거세법이) 기본권을 침해하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없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특히 성호르몬을 저하하는 약물을 끊으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발기부전 치료제 등을 복용하면 성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등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의들도 적잖다.
여기에다 한 번 투약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약물이어서 월 2회 등 장기간 투약하면 국가 예산 낭비 논란도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약물치료 중단 시 다시 호르몬이 증가할 수 있어 본인의 동의를 얻어 15년 동안 투약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영진 대구코넬비뇨기과 원장은 "약물치료에 대한 효과와 의미 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남성의 성적 충동 요인은 호르몬 작용뿐 아니라 신경, 정신, 시각적 측면 등 다양한데 호르몬 분비만 억제했다고 성욕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며 "성도착증은 정신과적으로 접근해 치료해야 한다. 약물치료보다는 오히려 정신과 주치의 전담제를 실시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관계자는 "법제화돼 시행되고 있어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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