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부패로 위기를 겪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대통령들의 혁신 리더십을 기반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남미 변화의 주인공은 브라질의 룰라,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에콰도르의 코레아 세 전'현직 대통령들이다.
알다시피 브라질 개혁은 노동자 출신 대통령 룰라가 이끌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단순하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모든 것의 판단 근거는 국민이었다. 국민 중심으로 판단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살길을 찾아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세계 6위로 끌어올렸고, 중산층을 40% 이상 확대했다. 큰 업적을 냈고, 퇴임 시 지지율이 무려 87%에 달했지만 장기 집권이 될 3선을 포기하고 지우마 호세프 여성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브라질의 전설'이 되었다. 떠나는 룰라를 향해 리우데자네이루도, 상파울루도, 브라질리아도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마진우, 마석진 등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 6명이 원주민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펴고 있는 볼리비아의 혁신은 안데스의 후예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코카를 재배하는 인디오 혈통의 원주민인 모랄레스는 다국적 자본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대통령에 오른 케이스다. 지난 2000년 볼리비아 정부가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하자 글로벌 자본이 뛰어들면서 수도료를 대폭 올렸다. 볼리비아 중부 도시 코차밤바의 가난한 주민들은 물값이 오른 것도 힘겨운데, 자유롭게 물을 사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빗물조차 받아 쓸 수 없게 되자 폭동을 일으켰다. 물 폭동이 계기가 되어 대통령에 선출된 모랄레스는 코차밤바에서 '기후변화와 어머니 대지(大地)의 권리에 관한 세계민중회의'를 개최하였다. 안데스의 후예답게 모랄레스는 자연의 권리를 역설했고, 다국적기업의 환경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국제재판소 창설까지 제안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혁신도 흥미롭다. 경제학자 출신의 코레아 대통령은 배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정당하지 않은 에콰도르 정부의 대외 부채를 갚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해외 전문가까지 포함시킨 심사위원회를 꾸린 코레아는 전임자의 부적절한 통치나 부패와 연루된 빚을 국제적으로 떼먹었다. 정당하지 않은 외채 상환의 짐에서 벗어난 에콰도르 정부는 여유 자금과 신규 과세(금융권 소득에 3%)를 통해 저소득층 노인 편모 등에게 매월 35~50달러를 지급하는 인간발전보너스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빈곤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사회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기아민이나 절대 빈곤층이 많은 나라에 민주주의는 싹틀 수 없다.
지난 25일 33년 3개월 만에 쫓겨 나오다시피한 청와대의 주인으로 걸어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여기로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중 방송 진흥 업무를 이관해 와서 국민이 먹고살 밥을 지어보겠다는데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허니문 기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낮은 지지율도 출발선에 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시 의원 신분으로 찬성표를 던진 국회선진화법(일명 몸싸움방지법)이 정부 조직 개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 조직 개편안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구현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현재 153석인 새누리당의 의석 수를 늘려서 그 요건을 충족시킬 수도,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수도 없다. 국회선진화법은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 혹은 교섭단체들의 협의가 없으면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대야소 형국이지만, 슈퍼 '을'의 힘을 지니게 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힘들게 되어 있다. 그냥 법대로 따라가면 적어도 3개월 이상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서 한반도 경제기적을 이루려면 정치 혁신이 먼저이다. 정치 혁신, 야당과의 정부조직법안 협상을 통해 대통령이 먼저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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