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최근 마련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방향은 김해공항과 공존하는 '투-에어포트'(two-airport) 체제다. 기존 건설안에서 공역(비행 중인 항공기가 충돌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공간) 중첩으로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김해공항은 폐쇄가 불가피하지만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면 김해공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본 나리타-하네다 공항, 인천-김포 공항 사례처럼 김해공항을 국내선 위주의 도심공항으로 특화시키고, 가덕도 신공항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국제선 중심공항으로 운영하는 논리를 펴서 중앙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한국항공대학에 용역 의뢰해 진행 중인 '김해공항 가덕 이전 타당성 조사'에서 기존 신공항 건설안의 가덕도 남동쪽 해상에 1-7시(남북) 방향의 활주로를 남쪽 해상 3-9시(동서) 방향으로 변경하는 방안의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주로 방향을 틀어 김해공항과의 공역 중첩을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항공대의 중간 용역결과에 따르면, 활주로 방향이 남북에서 동서로 바뀔 경우 김해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공역을 분리할 수 있다. 직선거리로 18㎞ 떨어진 두 공항의 일부 공역이 중첩될 수 있지만, 항공기 이착륙 고도 차이가 1.5노티컬마일(약 2.7㎞)에 달해 사실상 충돌 위험은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활주로 방향이 남북에서 동서로 바뀔 경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도 기존 9조8천억원에서 5조8천억원 정도로 4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활주로 방향이 바뀌면서 가덕도와 활주로 위치가 가까워져 매립을 해야 될 수심이 기존 16m에서 10m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김해공항 존치로 3천800m 활주로 2개가 아닌 길이 3천250m의 활주로 1개만 건설돼 공사비가 큰 폭으로 절약된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천문학적인 건설비 해소 방안으로 부산시가 논리 수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부산이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해결하는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김해공항 확장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투 포트 체제로 방향을 급전환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 역시 "활주로 방향 변경으로 공역 중첩과 과다한 공사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김해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의 1, 2공항 체제가 가능해졌다"며 "정부가 신공항 건설 예산의 일부를 대고 나머지는 공공과 민간이 부담한다면 신공항의 조속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은 올 4월쯤 '김해공항 가덕 이전 타당성 조사' 최종 용역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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