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 이야기] 윤찬이에게 생긴 죽마고우

네 살,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했다. 직장을 다녀야 했고, 그동안 아이를 봐주던 엄마에게도 죄송했기 때문이다. 처음 어린이집에 맡긴 날, 아주 흰 피부를 가진 네 살 친구 윤찬이를 만났다. 나는 왠지 특별한 예감이 들었다. 이 인연이 아주 오래될 것 같다는….

반짝 아이디어를 잘 내는 윤찬이와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 현민이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현민이는 욕심이 많은 반면 윤찬이는 자신의 장난감이나 음식을 흔쾌히 나누어주는 것을 즐겼다. 어쩌다 윤찬이네 집에 놀러 갔다 올 때면 현민이는 장난감 선물에다 간식 도시락까지 싸올 정도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 그리고 아빠들도 아주 잘 맞았다. 윤찬이 아빠와 현민이 아빠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나 역시 윤찬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단과대를 졸업했다는 인연도 추가됐다.

이렇듯 우리는 어느새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으로 발전하고 있다. 1년 전 윤찬이네는 꽤 먼 곳으로 이사 갔지만 우리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요즘도 가끔 만나는데, 윤찬이와 현민이는 만나기만 하면 마치 어제 헤어진 아이들처럼 자연스레 어울린다.

사진은 지난여름 바닷가에 갔다가 찍은 것이다. 초여름, 바닷가에 놀러 갔는데 일곱 살 두 아이는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훗날 어떻게 자랄까.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험담을 하며 자랄 테고, 청년이 되면 '우리 소주 한잔 하자'고 서로를 불러내겠지.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소개를 해주고, 서로 힘든 일이 생기면 의지하겠지. 우리는 이렇듯 이 둘이 이 모습 이대로 가족이 되길 바란다. 형제가 없는 두 아이에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가족 말이다.

송문주(대구 수성구 시지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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