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 아리따운 숙녀 한 분이 새끼 불도그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알고 보니 숙녀는 24년 전 처음 개원할 때 가까이 살고 있던 꼬마 여학생이었다. 먼저 누구라 말하지 않았더라면 몰라봤을 정도로 어여쁜 숙녀로 변해 있었다. 숙녀가 데리고 온 불도그는 두 달 전 제왕절개 수술로 낳은 여섯 마리의 새끼 중 한 마리였다,
불도그는 자신의 몸에 비해 몸집이 큰 새끼를 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상 분만을 하더라도 어미는 아래턱이 돌출돼 부정교합이 심한 경우에는 탯줄을 제대로 자르지 못해 제대 탈장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불도그 어미도 두 달 전 같은 경우로 내원을 해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낳았다.
새끼들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랐다고 했다. 그 중 한 마리가 눈곱이 자주 끼고 눈을 감고 있거나 눈을 찌푸리고 있다고 했다. 검사를 해보니 각막에서 털이 자라나오는 전형적인 '각막 유피종'으로 확인됐다. 다른 다섯 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고 했다. 이 강아지도 새로운 주인을 빨리 찾아 입양을 시켜야 하는데, 눈에 이상이 있어서 분양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각막 유피종'은 닥스훈트, 달마티안, 도베르만, 셰퍼드에서 잘 일어나고 유전이 될 수 있는 종 특이성 질병이다. 처음 분만을 했을 당시에는 새끼들이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관찰이 어렵다. 보통 강아지들은 출생 후 2주 만에 눈을 뜬다. 어미젖을 먹는 시기에는 관찰이 잘되지 않으나 이유기가 지나자마자 관찰되는 경우도 많다. 주요 증상은 유피종 안에 털이 자라나오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숙녀는 "길고 거친 털이 눈을 자극해 눈이 튀어나왔다"며 "털을 제거해 달라"고 했다. 마취를 하고 검사해보니 눈 안쪽에는 몇 개의 길고 거친 털이 표면에서 발생해 눈꺼풀 열로 튀어나와 있었다.
대부분의 개는 눈앞에 무엇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털이 결막을 자극해 통증을 느끼면 눈을 비비게 돼 감염과 각막 염증을 유발해 2차 감염으로 눈곱이 끼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이 생기고, 통증 때문에 눈을 감게 된다. 이 경우 먼저 염증을 치료해 안구를 깨끗이 한 후 유피종을 제거해 줘야 한다.
유피종이 각막 표면까지 확장된 경우는 표층 각막 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 완전히 제거를 하지 못하면 유피종은 다시 재발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반드시 제거 수술을 한 후 지속적인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
안구는 작은 장기로 한 번 잘못되면 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이상 증상을 관찰하고 미루다 보면 실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아지의 변화와 행동까지도 유심히 관찰해 아픔을 일찍 치료해 줘야 진정한 보호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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