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이 오는 길목] 봄을 부르는 입맛들

상큼한 풋내'연둣빛 미각 푸성귀, 봄 입맛 유혹

바야흐로 봄이 시작됐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긴 하지만 봄은 어느새 우리 주변 곳곳에 성큼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봄꽃이다. 꽃묘장에는 알록달록 팬지가 고개를 내밀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화사한 봄을 만들기 위해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을 바라보노라면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에게선 활력이 느껴진다.

비닐하우스에서도 봄이 느껴진다. 봄이 되면 남자들보다 여성들의 손이 더 바빠진다. 웃자란 농작물을 솎아내야 하고 김도 매주어야 한다. 그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과 비료도 주어야 한다. 장 담그는 마을에서는 지난해 입동 전후에 메주를 쒀 겨우내 띄운 메주로 음력 정월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봄은 아름답다. 기쁨으로 다가서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마법의 봄나물

입춘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난 들녘에는 봄나물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솟아나는 이 새싹들은 그 자체로 허브이면서 보약이다. 어떤 것은 쓴맛으로 입맛을 자극하고, 또 어떤 것은 단맛으로 구미를 당긴다. 게다가 같은 종류라도 다른 계절에 먹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본래 쌉싸래한 씀바귀나 쑥도 봄에는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준다.

노릇노릇한 움파는 또 어떤가. 파 특유의 쏘는 맛 대신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다. 움파를 넣은 양념간장이면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이 거뜬한 정도다.

지금 시장에 가면 봄나물이 지천이다. 대형마트에는 재배한 것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전통시장에는 갓 캔 냉이나 달래, 씀바귀 등이 나온다. 시골 5일장을 찾으면 더 싱싱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냉이는 농촌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양지바른 밭이나 밭두렁에 많이 난다. 달래는 나는 곳에 무더기로 자라는 게 일반적이다. 씀바귀는 양지바른 야산이나 논두렁 밭두렁 등에 많이 난다.

달래나 냉이는 국을 끓이거나 무쳐서 먹는다.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에서 우러나는 냉이 향은 일품이다. 씀바귀는 살짝 데친 뒤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무쳐서 먹는다.

가을걷이를 끝낸 배추밭에선 요즘 봄동이 노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철의 배추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도 이맘때 최고의 맛을 낸다.

◆선연한 풀빛 미나리

선연한 풀빛으로 봄을 전하는 미나리. 겨우내 모진 한파를 견뎌낸 걸 뽐내기라도 하듯 미나리는 강렬한 연둣빛을 발하며 물찬 제비처럼 물이 올라 있다. 풋내가 그리운 겨울 끝 무렵이라 그런지 풋풋한 향채 미나리의 유혹은 더욱 강렬하다. 한 입 씹었을 때 사박거리는 식감, 입안 가득히 고이는 싸한 육즙, 그리고 코를 자극하는 향. 육류는 물론, 생선 수육 등 제철 요리들과 궁합이 척척 맞다.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미나리 재배 단지'에도 봄이 왔다. 하우스 안은 파릇한 연둣빛 미나리 잎사귀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때깔이 곱다.

이상암(72'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씨는 "정대 미나리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재배하고, 재배 기술 또한 좋아 품질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석성조(65'여) 씨는 "정대 미나리는 부드럽고 특유의 싸한 향이 강하고 아삭거림이 살아있다"며 "생채로 먹어도 좋지만 구운 삼겹살을 미나리 쌈에 싸서 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음력 정월 장 담그는 사람

음력으로 1월 말, 양력으로 2월 말은 전통적으로 장 담그는 시기다. 정월 장은 이월 장이나 사월 장에 비해 숙성기간이 길어 깊은맛이 나기 때문이다.

햇콩으로 정성 들여 쑨 메주를 겨우내 잘 말리고 띄워서 음력 정월에 간장을 담근다. 아직 추운 기운이 역력한 양력 2월 말 혹은 3월 초에 담근 간장은 4~6주가 지나면 웬만큼 익게 되고, 거기에서 건진 메주를 으깨어 항아리에 넣어 다독다독 해놓으면 된장이 된다.

대구 동구 매여동 '팔공재래'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근다. 팔공재래 백진옥(71) 씨는 "국산 콩으로 메주를 쑤고, 소금은 3년을 묵혀 쓴맛을 제거한 후 사용하는 등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가 깊은 맛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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