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권준호(92'대구 동구 율하동) 옹은 요즘 들어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했다. 권 옹은 일제강점기에 한국광복군 제1지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망백을 넘긴 나이지만 그가 나라 걱정에 뒤척이는 건 최근 빈발하고 있는 일본의 도발 때문이다.
"20대 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웠는데 이젠 그럴 힘도 없어요. 그때 일본을 우리 힘으로 몰아냈더라면…. 요즘처럼 일본이 함부로 우리나라를 대하진 못했을 텐데…."
제94주년 3'1절을 맞은 애국지사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들어 일본의 도발이 숙지지 않는데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이 다시 기억에서 살아나기 때문이다. 94주년 3'1절을 앞둔 2월 28일, 대구에 있는 애국지사 3명을 만났다. 대구에 살고 있는 애국지사는 모두 7명. 이 중 4명은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불편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문했다.
28일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권 옹은 한국광복군 공작활동을 함께 한 동지와 찍은 사진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지었다. 권 옹은 징병 1기생으로 일본군에 끌려갔다 중국 전선에서 탈출을 감행, 한 달 이상을 걸어 광복군에 투신했다. 무자비한 전쟁터에서 일본군으로 죽는다는 굴욕을 견딜 수 없어서였다.
권 옹은 요즘 젊은 세대의 안보 의식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권 옹은 "일본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통해 만행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일본이 지난 1910년 한국 국권을 어떻게 빼앗았는지를 알려 일본의 그릇된 행동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 단체를 조직하며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애국지사 장병하(85'대구 달서구 상인동) 옹은 "일본이 한국의 역사를 제멋대로 바꾸며 한국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데도 젊은 세대들은 너무 무덤덤하다"며 "또다시 나라 잃는 서러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장 옹은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 약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교육뿐이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군 제17사단에서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이갑상(89'대구 서구 내당동) 옹도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꼬집었다. 이 옹은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당시 우리가 왜 나라를 잃었는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다"며 "이번 3'1절이 항일독립운동에 뛰어든 애국선열을 생각하며 애국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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