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경산에서 농사를 짓는 서모(58) 씨. 그는 지금도 주변에서 가게를 연다고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창업한 지 8년째 되던 지난 2007년, 퇴직금 2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빈손으로 가게를 접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40대 중반 대기업에서 명퇴했다. 그리고 2개월 만에 프랜차이즈 빵집을 열었다. 그냥 빵이 좋아서 그리고 가게가 깨끗하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경영 지식이라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빵을 사갈 것이고 음악만 틀어주면 가게는 운영되리라는 게 다였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시장 조사를 해 본 적도 없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말만 믿고, 또 잘 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겁 없이 시작한 것이다.
가게를 열고 보니 환상은 깨어지고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닥친 것은 재고 처리였다. 처음에는 주말을 챙기며 놀았으나 케이크 등이 재고가 나자 일 년 365일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재고는 손해 보면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종업원들이었다. 주인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 종업원들은 사사건건 수당을 요구했고 주인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려 했다. 단체 주문을 받으면 당연히 시간외 수당을 줘야 했다. 이러니 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손해였다. 종업원을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사정이 생기면 온 식구를 동원해 일손을 채우느라 집도 엉망이 되어갔다.
경제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참기 어려운 것은 자존심 문제였다. 1천원 짜리 빵을 사면서 조그마한 것도 트집 잡고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들 때문에 울컥하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었다. 하루 종일 작은 공간에서 15시간을 넘게 있으려니 답답함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가장이니 견뎌내야 한다'며 참았으나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지지 시작했다. 바로 옆에 경쟁점이 들어서면서 장사는 점차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었다. 매일 매일 짜증의 연속이었고 아내와 싸움이 잦아졌다.
여기에다 프랜차이즈 본점은 2년마다 매장 리모델링을 요구했다. 목돈이 들어가니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내는 더 이상 황폐해지기 전에 가게를 접자고 했다. 그러나 서 씨는 '아이들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 더 잘해보겠다'며 다짐을 했다. 그러나 8년째 되던 해, 아내는 2억원은 그동안 병원치료비로 들어갔다 생각하자고 했다. 서 씨도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작은 가게에서 빵 하나에 자존심을 팔며 지내온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가게를 하고 싶다면 종업원으로 들어가 적어도 1~2년간 매장의 흐름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많이 연구해 철저한 준비 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실패한 사람 vs 성공한 사람
전문적인 커피기술을 가지고 있는 김모(51) 씨와 이모(45) 씨. 둘 다 시니어플라자 1인 창조기업 지원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두 사람의 창업의 길은 완연히 달랐다. 이 씨는 매월 2천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한 반면, 김 씨는 좋은 커피 아이템을 갖고도 결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 둘을 성공과 실패로 갈라놓은 것은 바로 적극적인 의지와 마인드의 차이였다. 실패한 김 씨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커피 전시회를 앞두고 부스를 빌려 주는 등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으나 "약속이 있다" "강의가 있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못해 부스에 가서 자신의 커피를 소개한 반면 이 씨는 이것이 자신의 커피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시음회를 준비하고 자신의 커피를 알리는 영상까지 마련했다. 적극성의 차이다.
또 김 씨는 구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커피를 알리는 기회를 마련했을 때 시니어비즈플라자에서 모든 걸 다해주길 기대한 데 비해, 김 씨는 시음회는 물론 자신의 더치커피를 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적극성까지 보였다. 김석현 수성구 시니어비즈플라자 총괄 매니저는 "창업의 성패는 마인드를 바꾸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50대가 넘으면 자신의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시야도 좁고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성공 창업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창업을 피하라
"전직 공무원, 경찰, 교사, 군인들이 사업에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저 가게를 열면 사람이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물건을 달라면 줄뿐 더 팔려고 하지 않아요."
공무원 출신의 삼겹살집 사장 박모(60) 씨의 이야기다. 갑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은퇴 후 창업을 하면 대개 실패하지 십상이다. 창업은 갑의 자리에서 내려와 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은 밑바닥까지 내려와야 되는 사업이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50대 대기업 퇴직자들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부류이다. 최소한 1년 이상의 준비하고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인 창업이 60%, 6개월~1년이 13%, 1~2년이 9%다. 절반 이상이 별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래 사항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은 사람은 창업을 피하길 권한다.
1.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을 주는 데 익숙하지 않다.
2. 부탁이나 아쉬운 소리를 잘하지 못 한다.
3. 감사하다고 말하는 데에 서툴다.
4. 성과에 관계없이 급여를 받는 일에만 종사했다.
5. 고용 기간 동안 자리에 대해 불안함이 없었다.
6. 늘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7. 갑의 자리인 직장에 오래 있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그림: 화가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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