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맛을 찾아라.'
연초부터 대구경북에 향토음식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음식업계, 학계 등이 지역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향토음식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또 지역 내 맛집 소개 및 음식 개발, 특화거리 조성 등을 통한 음식 체험 관광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맵고 짜고 맛없다'는 지역 음식에 대한 오랜 편견이 깨지고 있다.
◆힐링'웰빙음식으로 진화
차세대 대구를 대표할 만한 음식으로 연근이나 대추 등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웰빙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연근을 주재료로 한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고 음식점에 시범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조리사회 대구시지회 등과 함께 개발에 나선 결과이다. 연근요리는 정찬과 단품(연잎수제비) 등 2가지. 정찬요리의 경우 연근떡갈비, 탕수, 올방개묵, 샐러드 등 4가지 전채요리에다 연잎밥과 기본 반찬류 등이 제공된다. 이달부터 시청 홈페이지(www.daegu.go.kr) 등에서 시범 보급할 음식점 10곳을 모집한 뒤 6천~1만5천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시는 또 2006년 대구가 원조이거나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동인동 찜갈비를 비롯해 납작만두, 따로국밥, 생고기 등 10가지 음식을 '대구 10미(味)'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이를 정찬코스로 개발'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대구음식박람회에서는 경산에서 많이 생산되는 대추를 활용한 음식들도 선보였다.
맵고 짜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대구음식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펼쳐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식탁에서 소금을 추방하자'는 캠페인이다. 계명대 힐링사업단은 저나트륨식, 저요오드식, 저칼륨식, 저단백식 등 질환에 도움되는 식단 및 다양한 소스류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짠 음식은 심장병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만큼 싱거운 음식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매운 음식도 세분화를 통해 진화중이다. 떡볶이, 찜갈비, 국밥 등도 매운 강도를 달리하는 메뉴가 나오고 있다.
표준화'퓨전화 등 향토음식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사과'감 등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들이 잇따라 등장하는가 하면 향토약선요리경연대회와 대구 특산물을 이용한 제과경연대회를 통해 향토음식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김미경 수성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구와 경북은 식재료가 풍부해 향토음식 개발의 최적지다. 기능성을 추가하고 현대인 입맛에 맞게 퓨전화할 경우 세계적인 경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음식점 발굴'홍보, 맛거리 조성
각 구청들도 맛있는 음식점을 발굴하고 음식점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수성구청은 지난달 4일 구청 회의실에서 수성페스티벌 축제의 부대행사인 '들안길 1㎞ 김밥 말기'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전국 최대 음식점 밀집지역인 들안길 먹거리타운의 최신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웹사이트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들안길 음식점의 사진과 지도, 메뉴, 가격,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서 수성구청은 한우전문음식점 35군데 인증 및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식당을 지정한 바 있다.
2005년부터 '깨친맛(깨끗하게'친절하게'맛있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달서구는 성서3차 산업단지 '깨친맛 거리 및 음식점'을 선정해 매년 '깨친맛 축제'를 열고 있다. 2011년에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고품격 음식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깨친맛 음식점 지정 및 육성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동구청은 평화시장의 닭요리 명물거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전 위생검사제'를 도입했다. 음식점의 사전 위생 상태를 알려줘 소비자가 안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소비자가 검사를 요청하면 구청 위생과가 전반적인 위생검사에 나선다.
남구청은 충혼탑과 빨래터공원 사이 1.5㎞ 구간의 먹거리 타운을 '슬로푸드가 있는 담장 없는 휴식공간'으로 이름 짓고 육성중이다. 앞서 남구의 음식점 정보와 예약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 앱도 출시했다. 앱에는 안지랑 곱창골목과 앞산맛둘레길 등 남구의 5대 먹거리 골목의 음식점을 비롯한 600여 개 맛집이 등록돼 있다.
기존의 맛 거리도 새 단장되고 있다. 1970, 80년대 대구의 대표적인 먹거리 골목이었던 앞산의 먹자골목은 '앞산맛둘레길 조성사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남구청은 2011년부터 폭 1m로 불편을 초래했던 일대의 인도도 넓혔고 곳곳에 휴식 및 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앞산 카페거리'도 현충삼거리를 시작으로 현충로, 대명남로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파스타, 커피 등을 파는 카페 40여 곳이 들어섰다.
◆경북에서도 '맛 발굴'
경북의 지자체들도 관광산업과 연계해 향토음식 개발과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문경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기던 서민 음식을 관광상품으로 내놨다. 시는 박 전 대통령이 평소 즐기던 막걸리, 칼국수, 수제비, 국밥, 비름나물 비빔밥 등을 관광상품화하기로 하고 최근 표준 조리법을 개발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살았던 문경읍내 하숙집인 청운각 인근에 이를 판매하는 식당을 차릴 계획이다.
칠곡군도 지역 대표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였다. 지역 대표 농산물인 참외와 버섯류를 활용한 '칠곡칠미(漆谷七味) 골동반'과 옻계탕과 칠곡에서 생산되는 꿀을 이용한 꿀닭 등이다. 개발된 메뉴는 시범업소로 선정된 음식점 2곳을 대상으로 전수교육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안동종가음식산업화사업단 소속 연구가들도 최근 안동지방 종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음식을 기본으로 종가음식 현대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단은 이달 들어 하회 류씨 종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안동 건진 국수'를 비롯해 '안동 권씨 비빔밥'과 '안동 장씨 7첩 반상 차림' 등 3가지 음식에 대한 현대화 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성주군은 향토음식 개발을 위해 '성주 대표 향토음식 시범업소'를 공개 모집한다. 다음 달 4일까지 모집한 뒤 3곳을 선정해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